[기고/이재헌]‘달러박스’ 플랜트산업 전문인력 키우자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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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EPC산업은 플랜트엔지니어링(E), 플랜트기자재(P), 플랜트건설(C)의 복합체를 뜻한다. 지금까지는 ‘플랜트산업’이라고 불려 왔다.

지금 세계 플랜트산업이 100년 만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를 간파한 미국 일본 유럽의 플랜트 기업들은 단순한 수주 차원을 넘어 지분 투자 등의 방법을 통해 에너지 자원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민간 및 정부 차원의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플랜트 수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에 대한 투자는 우리 기업의 건설 수주, 제조업체의 기자재 납품뿐만 아니라 향후 자원 고갈에 대한 대비책도 될 수 있다.

1970년대 중동 붐의 주역인 해외 건설을 기억할 것이다. 30년이 지나 단순 건물 건설이나 토목 건설 분야의 수출은 거의 사라진 반면 플랜트EPC 분야의 수출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전플랜트, 가스처리플랜트, 정유플랜트, 석유화학플랜트, 해수담수화플랜트, 조선해양플랜트 등으로 알려진 대형 턴키공사가 그것이다.

건설이라는 말이 ‘만들어 세운다’라는 뜻이므로 지금까지 ‘플랜트건설산업’을 일반인들은 ‘플랜트시공사업’ 정도로만 인식했을 것이다. 이제부터 ‘플랜트 설계, 구매 및 시공(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산업’으로 이해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이 산업에 관련된 정책적인 지원이 몇 번 시도되었지만 산업에 관한 이해가 불충분해 실효를 못 보는 경우가 잦았다.

플랜트 수출의 핵심은 노동력이 아닌 기술과 경험의 수출이다.

하지만 우수 인력 확보가 커다란 난관으로 남아 있다. 당장의 해결책으로는 외국 인력의 수입밖에 없다. 30년 전부터 플랜트 인력을 양성했기 때문에 ‘플랜트EPC산업’이 지금의 국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분야가 30년 이상 유지 계승되기 위해선 인력 양성이 필수적인 것이다. 원천기술의 개발도 인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은가. 국내 대학에 이 분야의 학과가 설치된 적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플랜트EPC산업’ 종사 지망자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플랜트 기술인이 되자면 일반건설보다 훨씬 까다로운 설계와 절차를 배워야 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출 만한 어학실력도 쌓아야 한다.

지난 몇 년간 100억 달러대의 수출업종으로서 ‘플랜트EPC산업’이 언론에 자주 비쳤지만 최근에야 정부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인식돼 후속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플랜트EPC산업’을 확실히 이해하고 효자산업으로 계속 키워야 할 것이다.

이 산업을 발전시키자면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플랜트 관련 주요 프로세스 개발, 주요 기자재 개발 그리고 전문 고급 인력 양성이 시급한 3대 과제다.

이 산업이 한국 경제에 효자 노릇을 계속하기 원한다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정보기술(IT) 분야 위주인 현재의 성장 동력이 중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할 때를 대비해 ‘배수진 동력’ 차원으로라도 이 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산업은 3개 분야의 복합체라는 점 때문에 정부 관장 부처가 나눠져 있는 실정이다. 이제 ‘플랜트’라는 이름으로 관장 부서를 일원화해 경쟁력을 키워 나갈 시점이다.

이재헌 한국플랜트학회 회장·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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