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피플]한국관광公 도쿄지사서 20년 근무뒤 은퇴 이토 씨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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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영향으로 한국 관광 붐이 대단한 데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낍니다. 하지만 영화나 배우 소개에 머물지 않고 한국의 독자적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의미의 관광입니다.”

1960년대부터 한일 양 국민의 상호 이해도를 높이는 데 힘써온 이토 하루코(伊藤治子·70·사진) 씨의 충고다. 그는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에서 기획선전부, 상담역 등으로 20여 년간 일하며 한국관광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1970년대 서울에 살 때는 KBS 국제방송국에서 ‘하루코와 함께하는 일본어’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아사히신문의 정기 칼럼을 통해서는 한국의 식문화, 여행기를 소개했다.

이토 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1년여 전 작고한 재일교포 이건(李健) 한일친선협회중앙회 부회장과의 결혼. 도쿄대 경제학부 출신의 남편은 항공회사 JAS(2004년 JAL과 합병) 서울지점 사장을 오랫동안 지냈다. 남편도 각종 저서와 월간지 분게이온주(文藝春秋), 신문 기고 등을 통해 한일 간 협력 증진에 헌신했다.

두 사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수 때 만났다. 당시는 한일 간 국제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커 양가 모두의 반대로 힘들었다고 한다.

“내 국적은 대한민국이나 마찬가지요, 절반은 한국인이라 생각합니다. 한일 축구경기 때면 좋은 경기를 펼치는 쪽을 응원합니다.”

괄괄한 성격의 이토 씨는 거침없이 요즘의 한국과 일본을 비판한다.

“한일 젊은이들이 입만 열면 애국심, 애국심 하는데 정작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은 없어요. 그런 모습은 보기 싫습니다.”

한국 정부가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한 일에 대해서도 “일본의 문화지수가 얼마나 낮은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물인데 왜 부수어요?” 하며 목청을 높인다. 남의 나라 왕이 거처하는 궁궐 안에 총독부를 설치한 문화적 몰상식에 대한 지적이다.

프랑스어를 멸시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에 대해서도 “바보”라고 혹평한다. 다른 나라의 종교, 문화, 습관에 대해서는 가치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진정한 한일 우호는 서로의 문화 차이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상담역을 끝낸 이토 씨는 현재 도쿄에 거주하며 일본인들을 상대로 영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통인 그에게 한국어와 한국요리 강좌를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내년에는 그 일을 시작할 생각이다. 또 컴퓨터를 배워 e메일도 주고받고, 한국관광에 관한 체험도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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