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기장님, 제발 돌아오세요”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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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18일째인 3일 여승무원 40여 명과 일반 직원 70여 명이 조종사들이 있는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의 ‘신정 유스타운’을 찾아가 업무 복귀를 호소했다. 여승무원 서윤미 씨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복귀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읽고 있다. 보은=원대연 기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18일째인 3일 여승무원 40여 명과 일반 직원 70여 명이 조종사들이 있는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의 ‘신정 유스타운’을 찾아가 업무 복귀를 호소했다. 여승무원 서윤미 씨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복귀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읽고 있다. 보은=원대연 기자
“기장님 돌아와 주십시오. 오늘도 저희 직원들은 고객들의 원성(怨聲)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습니다.”

3일 낮 12시 반경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청소년수련원 ‘신정 유스타운’ 정문 앞.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 서윤미(徐閏美·24) 씨가 서울에서 함께 내려간 직원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가랑비가 서 씨의 제복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원 400여 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이 수련원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 영종도 인천연수원에서 파업을 하다가 이곳으로 옮긴 이유는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3일은 파업 18일째.

이날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여승무원 40명과 공항직원 등 70명은 버스를 나눠 타고 서울에서 약 3시간 거리인 이곳으로 내려왔다. 파업 중단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은 조종사들을 만나보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노조 측은 문을 걸어 잠그고 단 한명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물리적 충돌을 대비해 보은경찰서가 파견한 80여 명의 전경들만 부산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정문 앞에서 호소문을 낭독한 직원들은 농성장으로 쓰이고 있는 숙소 건물 유리창 밑으로 6, 7통의 편지를 밀어 넣었다. 복귀를 간절히 바라는 내용이었다.

30여 분 만에 직원들이 허탈하게 돌아가자 잠겼던 건물 문이 열렸다. 기자들이 조종사들에게 말을 걸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기자분들은 마음을 열고 귀를 조금이라도 기울여 주세요.” ‘귀족노조’라고 비판받은 데 대해 언론에 불만이 대단한 듯 보였다.

조종사노조의 이상준(李尙俊·35) 부대변인은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에서 동원했다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어 (직원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이목희(李穆熙) 의원에게서 각자의 의견을 듣고 조정할 수 있는 토론 자리를 주선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며 “사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떤 이유로든 한솥밥을 먹고 있는 동료들조차 외면하면서 ‘열린 마음’과 ‘열린 토론’이 과연 가능할까.

보은=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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