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불법도청 테이프 수사 ‘세갈래 해법’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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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테이프 공개 여부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검찰의 도청 테이프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판도라의 상자’를 안고 독점적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논의 결과에 따라 수사 주체가 바뀔 수 있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과 검찰 수사는 각각 특별법 제정, 특별검사법 제정, 그리고 기존의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별법=무엇보다 큰 문제는 위헌 시비. 법조계에서는 특별법은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자유와 제18조 통신의 비밀 등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는 지적이 많다.

명지대 법학과 김철수(金哲洙) 석좌교수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불법 도청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합법화하게 되면 통비법에 의해 보호받는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며 “사생활 보호는 헌법이 보호하는 가치이므로 이는 곧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한시적 특별법은 불법 도청 테이프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와 수사 주체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각계 지도급 인사들로 구성된 제3의 기구에서 공개 범위를 결정하므로 도청 테이프를 입수한 검찰만이 내용을 파악하고 처리 방향을 정하는 것에 대한 불공정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논리다.

제3의 기구가 도청 테이프 내용 중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범죄행위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게 되면 검찰의 부담도 줄어든다. 하지만 이 경우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사회 전반에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법이 통과되면 수사의 주체가 검찰에서 특검으로 바뀌게 된다. 특검이 임명되면 검찰 간부들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잠재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론에 민감한 특검의 속성으로 볼 때 도청 테이프에 담겨 있는 부정과 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테이프의 내용이 일부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판도라의 상자에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지므로 테이프 내용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

▽통비법=특별법을 제정하든, 특검에 맡기든 검찰이 수사를 주도하는 현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경우든 필요한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기까지는 2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검찰만이 내용을 알고 처리하는 데 따른 불공정 시비도 우려된다.

삼성그룹의 정치권 자금 지원 등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는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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