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교훈 가득 어린이영화 4편

●스팀보이(4일 개봉)

▽줄거리▽

19세기 후반 영국, 3대째 증기 과학을 연구하는 스팀 3부자가 있다. 할아버지 로이드와 아버지 에디는 무한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고압축 증기 스팀볼을 만들지만 무기냐 평화적 도구냐 사용방법을 놓고 대립한다. 로이드에게서 스팀볼을 전해 받은 레이는 이를 빼앗으려는 미국의 오하라재단 및 영국 정부와 대결을 펼친다.

▽캐릭터▽

인물들보다 19세기 증기기관을 이용해 상상해낸 ‘외바퀴 증기차’ ‘게 집게발 증기선’ ‘톱니바퀴 열차’ ‘비행선’ 등 각종 기계들이 빛난다. 특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城)’을 연상시키는 철판과 파이프로 된 거대 구조물은 압권.

▽교훈 및 단점▽

과학은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주제에 공감할 수 있으며,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기계들은 과학적 창의력을 자극한다.

애니메이션임에도 사실적인 액션과 피를 뿜는 총격전 등은 초등학교 저학년생이나 미취학 아동이 보기에 버거울 수도. 서울 6개 극장에서만 개봉한다.

●펭귄(11일 개봉)

▽줄거리▽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들은 겨울 무렵 조상 대대로 이어진 ‘오모크’라는 신비의 장소로 이동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느라 지친 암컷은 알을 수컷에게 맡기고 자신의 영양 보충과 새끼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 다시 바다로 왕복 3개월여가 걸리는 여행을 떠난다. 4년 동안 남극에서 찍은 다큐멘터리.

▽캐릭터▽

수천 마리의 황제 펭귄 암수 무리와 갓 알에서 깨어나 보송보송한 털이 날리는 귀여운 새끼들. 황제 펭귄 무리가 오모크로 향하는 행렬은 흡사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행진처럼 보인다. 놀랍게도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슬픔과 기쁨이 담겨 있다.

▽교훈 및 단점▽

새끼 펭귄을 지키고 기르기 위해 굶주림을 참아 가며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나고 눈보라를 온몸으로 이겨내는 황제펭귄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애를 느낀다. 남극 황제펭귄의 신비로운 서식이나 번식과정에 대한 설명은 생물, 지리 공부에도 도움이 될 듯.

갈매기가 날아와 힘없는 펭귄 새끼를 물어죽이거나 세찬 남극바람에 새끼 펭귄이 얼어 죽는 등 사실적인 장면은 아이들의 가슴을 펑 뚫어놓을 수도.

●허비-첫 시동을 걸다(12일 개봉)

▽줄거리▽

왕년의 경주왕이었던 ‘허비’라는 이름의 자동차 폴크스바겐 비틀은 폐차 직전, 레이서의 꿈을 접은 소녀 매기(린지 로한)의 눈에 띈다. 사고 때문에 경주를 못하게 된 매기는 허비와 함께 다시 레이싱의 부푼 꿈을 안게 되고 마침내 미국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중 하나인 나스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실사영화.

▽캐릭터▽

허비는 범퍼를 입술처럼, 윈도 와이퍼를 눈썹처럼 써서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앞 차와 부딪칠 만하면 휙 공중제비를 넘어 피하고 가드레일 위를 스케이트보드 타듯 쓱 훑고 지나가는 묘기도 부린다. 참, 허비는 말은 못한다.

▽교훈 및 단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의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과 언제나 가족은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성숙한 초등학교 5, 6학년생들은 뻔한 권선징악과 해피엔드 스토리에 싫증낼 수 있으며 미취학 아동들은 허비 같은 자동차를 사달라고 조를 가능성이 있다.

●왕후심첨(12일 개봉)

▽줄거리▽

음모에 휘말려 아내를 잃고 눈도 멀게 된 심학구 대감은 외동딸 청이와 함께 외딴 마을로 피신해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공양미 300석이 있으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는 얘기에 청이는 바다에 사는 인당수 괴물의 산 제물이 되기로 하고 쌀 300석에 팔려간다.

▽캐릭터▽

‘얼짱’에다 개미허리를 가진 ‘몸짱’으로 재해석된 심청과 눈멀기 전 이단옆차기를 뽐내는 심학구. 듬직한 삽살개 단추, 수다스러운 거위 가희, 게을러터진 거북이 터벙이가 동행한다.

▽교훈 및 단점▽

요즘 아이들에게 ‘효(孝)’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고, 남북 공동제작과 남북 동시 개봉의 의미를 담아 통일교육의 교재로 활용 가능.

한국적이기보다는 서양인들이 선망하는 동양의 모습을 담은 듯. 청이의 얼굴과 몸매는 완전히 서구형. 서양 동화 및 애니메이션을 통해 눈에 너무 익어버린 캐릭터와 설정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