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퓰리즘 입법’ 위험水位 넘는 의원들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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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들어 의원입법이 16대 국회 같은 기간의 3배가 넘을 정도로 활발하다. 행정부가 만든 법률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듣던 국회의원들이 민의(民意)를 들어 활발한 입법 활동을 벌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의원입법 중에는 위헌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나 단순히 건수를 늘리기 위한 저질(低質) 입법이 적지 않다. 대중인기에 영합하거나 정략적 의도가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국회에서 만든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관들 사이에서 “법이 동호회 회칙 같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형할인점 영업시간 규제는 자영업자들에게 영합하는 내용이지만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소비자 편의와 시장 자율에 역행하는 데 따르는 문제점이 더 커 보인다. 국적법(國籍法) 개정 추진으로 재미를 본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주택소유제한 법안은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내용이다.

시민단체가 의원별 입법 순위를 발표하자 입법 상위 랭킹을 차지하기 위해 있으나마나한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도 포퓰리즘의 한 행태다. 사회적 캠페인 정도에 그칠 일을 법률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얼른 보아 명분은 그럴듯 하지만 처벌규정도 없는 법을 만들면 법전(法典)만 두껍게 할 뿐, 지켜지지 않는 사문화된 법이 되기 십상이다. 포퓰리즘 법률이 양산될수록 입법기관인 국회의 권위는 떨어지고, 법률의 헌법 합치 여부를 가려내는 헌법재판소만 더 바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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