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호중]인권,청송감호소를 나오다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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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인권적 형벌 정책의 상징인 청송보호감호소가 드디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회보호법이 폐지됨에 따라 청송보호감호소는 3일 현판을 내리고 ‘청송제3교도소’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1980년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회보호법이 제정된 후 사반세기 동안 1만3413명이 보호감호의 집행을 받고 출소했다. 보호감호에 대해서는 이중 처벌과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03년 3월에는 26개의 인권시민단체들이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그동안 사회보호법 폐지 운동을 전개해 왔던 터라, 이번 보호감호제와 청송보호감호소 폐지는 형벌 정책에서 지니는 의미가 자못 크다.

그것은 반인권적 억압과 중형주의에 익숙한 우리의 형벌 정책에서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된 역사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쉬움와 안타까움도 남는다. 사회보호법 폐지법의 부칙에 따라 이미 보호감호의 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은 보호감호 폐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보호감호의 집행을 받아야 한다. 현재 청송보호감호소에서 감호 집행을 받고 있는 191명은 현판이 바뀐 청송제3교도소에서 계속 감호 집행을 받게 된다는 것. 아울러 보호감호의 판결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감호 집행 대기자도 434명에 이른다. 사회보호법의 폐지 이유가 반인권성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보호감호의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에 대하여 감호 집행을 계속하는 것은 사회보호법 폐지의 역사적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정부가 사회보호법 폐지에 발맞추어 절도죄와 강력 범죄에 대한 양형을 강화하는 대책을 들고 나온 것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우리 형법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 과도하리만큼 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다시 가중 처벌 위주의 정책을 표방한 것을 볼 때 정부는 아직도 장기 구금 위주의 중형주의 형벌 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보호감호를 비롯한 중형주의 형벌 정책은 정책적으로도 실패한 제도다. 보호감호는 범죄인의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징역형에 연이어 최장 7년 동안의 보호감호를 집행하는 식의 장기 구금은 범죄 예방 및 범죄인의 사회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호감호의 명칭이건 징역형의 이름이건 간에 장기 구금은 범죄인들을 사회적 생활 기반으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키기 때문에 출소 후에도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형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지만, 형벌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범죄인이 형벌 집행 후에 다시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제 청송보호감호소의 폐지는 비단 보호감호라는 하나의 잘못된 제도를 철폐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범죄인을 오로지 장기간 구금을 통하여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데에만 골몰하였던 중형 위주의 억압적 형벌 정책에서 탈피해 형벌 정책을 전반적으로 반성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행형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하루빨리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 비추어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구금 시설의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범죄인의 진정한 사회 복귀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그들이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듬어 안는’ 사회 제도를 마련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청송보호감호소의 현판은 내려졌지만, 인권 침해와 장기 구금으로 점철된 형벌 제도에 대한 반성과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이호중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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