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할인혜택 싸고 카드사-고객 두뇌싸움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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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모(32) 씨는 국민은행이 내놓은 KB스타카드 회원 가입을 놓고 고민했다. 이 카드는 이달부터 매월 7, 17, 27일에 주유하면 L당 100원을 깎아준다. 고유가 시대에 100원의 할인 혜택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김 씨는 카드 발급을 포기했다. 주유 할인 혜택이 올해 말로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 그는 “연회비를 감안하면 새 카드 발급으로 얻는 이익이 적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례 #2

A신용카드를 교통카드로 쓰는 김모(55) 씨는 최근 노부모와 아내, 두 아들에게 가족카드를 발급해 주었다. 본인카드 1장에 딸린 가족카드만 5장이다. 김 씨는 카드 연회비로 5000원을 낸다. 가족카드는 연회비가 없다.

그러나 카드회사는 약관에 따라 김 씨 가족 모두에게 놀이공원 등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할인 서비스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67만8000원에 이른다. 카드사에선 “단물만 쏙 빼먹는 고객”이라고 푸념한다.

새 고객 유치를 위한 카드회사들의 ‘미끼 마케팅’과 서비스 혜택만 누리고 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체리피커’들 사이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체리피커를 골라내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지만 체리피커들은 할인 혜택만 누린 뒤 ‘카드 갈아타기’로 맞선다.

○ 미끼 마케팅은 단기간에

신용카드 회사들은 고객을 늘리기 위해 미끼 마케팅을 동원한다. 고객 수는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KB스타카드가 파격적이지만 한시적인 주유 할인 서비스를 동원한 것도 올해 초 내놓은 이 카드의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신한카드의 3, 6, 9서비스(3, 6, 9가 들어간 날의 주유 할인 서비스)도 마찬가지. 발급 초기에는 L당 ‘100원 할인’ 혜택을 줬으나 이후 회원이 늘어나면서 ‘70원 적립’으로 혜택이 축소됐다.

현대카드는 M카드 사용 고객에게 발매 초기에는 사용액의 2%를 포인트로 적립해 줬으나 지난해 5월 이후 가맹점에 따라 0.5∼3%로 조정했다. 이 카드의 회원 수는 지난해 5월 100만 명을 넘어섰다.

나머지 카드회사들도 2, 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단기간 실시하는 ‘반짝’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 체리피커는 현명한 소비자?

카드업계에 따르면 체리피커는 전체 회원의 10% 정도다.

한때 20%까지 늘어났으나 카드 사용금액이 적은 회원들을 서비스 대상에서 빼는 ‘디마케팅’으로 체리피커들은 줄어드는 추세.

그러나 일시적인 할인 혜택을 챙긴 뒤 경쟁 회사가 내놓는 신규 카드 고객으로 옮겨가는 체리피커들은 여전히 카드회사의 ‘골칫거리’다.

서울의 한 놀이공원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받은 후 신용카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1년간 21차례나 놀이공원에 공짜로 들어간 고객도 있다.

한 카드회사 직원은 “연회비 7000원을 내고 올 상반기에 20만 원도 쓰지 않으면서 서울랜드 자유이용권 50% 할인 혜택을 6차례나 이용한 고객이 적지 않다”고 푸념했다.

외환카드 석승징(石承澄) 카드마케팅팀장은 “앞으로는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우량 고객만 흡수하기 위한 마케팅이 카드업계에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체리피커(cherry picker):

신 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 신용카드사의 서비스 혜택만 누리고 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고객을 가리킨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이들을 솎아내기 위해 서비스 제한 조건을 두고 있어 요즘에는 마이너스 수익 고객을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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