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작지만…나라사랑은 역시 민초”

  • 입력 2005년 8월 3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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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아사히 신문에 실린 광고.
7월 27일 아사히 신문에 실린 광고.
한국의 한 시민단체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후소샤(扶桑社)판 역사 교과서의 채택을 반대하는 광고를 일본 신문에 싣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기업이나 정계 쪽의 모금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모금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이하 역사교육연대)’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인 금액은 3억7000여만원(2일 기준).

기부자 면면을 들여다보면, 전부 개미군단이다.

고사리 초등학생, 시골 중학생, ARS로 2000원씩 보내는 서민들, ‘광고로 일본 열도를 뒤덮자’, ‘평화를 위해서’라는 삐뚤빼뚤한 글씨와 함께 1~2만원씩 성금을 보내온 일반 국민들이다.

백만원 이상의 거금은 주로 군부대, 각 부처 일반 공무원들이 모금을 통해 보내온 것. 단일 기부액으로는 익명의 독지가와 도서출판 디딤돌이 보내온 1000만원이 최고다.

100대 기업은 단 한곳도 동참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역사교육연대 모금 담당자는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그쪽(기업, 정계) 기부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정치인들은 별 얘기가 없고, 몇몇 기업이 기부 의사를 타진해 왔는데, 아직 공익성 기부금 대상 단체가 아니라 연말 정산 때 비용 인정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니 연락을 뚝 끊더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말 창피한 일이다. 기업인들이 비자금이다 뭐다 조성해서 정치인들에게는 수백억씩 갖다 주면서 정작 이런 중요한 일에는 나몰라라 한다”며 “정치인들도 순전히 입으로만 나라 사랑한다”고 꼬집었다.

역사교육연대는 그동안 모인 성금으로 요미우리(7.22), 아사히(7.27), 홋가이도(7.29), 니가타(7.31), 에히메(8.3) 등 5개 일본 신문에 반 후소샤 교과서 광고를 실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 후소샤판 교과서를 저지하자’는 것이 주 내용.

역사교육연대 관계자는 “간혹 ‘너희나라 교과서나 제대로 쓰라’, ‘조영남의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이나 읽어봐라’는 편지가 오기도 하지만,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에서는 ‘우리가 할 일을 대신 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변호사 단체인 자유법조단의 경우 도쿄도 교육위원회에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은 도저히 낯 뜨거워서 못 보겠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후쇼샤 교과서에는 정계와 재계가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도쿄미쓰비시공업, 마루베니, 후지쓰 등 내노라하는 일본 100여개의 기업이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을 후원하고 있으며 후쇼샤를 계열사로 둔 산케이그룹과 요미우리신문 등도 발벗고 지원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아베 신조 전 간사장 대리,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등 집권 자민당이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전국 전국 584 채택지구 가운데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수도권 외곽 도치기현 오타와라시. 도쿄도의 경우 중고 6년제 명문학교인 일관교 4곳과 특수학교인 양호학교 일부가 이어 동참했다. 현재 새역모측은 올해 채택 목표율을 10%가량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교과서 왜곡저지 국민모금 운동은 오는 15일까지 실시된다. 모금운동에 대한 기타 문의는 역사교육연대(www.ilovehistory.or.kr)로 하면 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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