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나루터에선 유모차에 갓난아이를 태우고 나온 젊은 아낙네들이 보였다. 다른 섬마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7월 말 현재 미라리 인구는 117가구 317명. 노화읍 전체 인구가 2003년 말 6179명에서 지난해 말 6031명으로 줄었지만 미라리는 오히려 7가구 12명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9가구 17명이 이사를 왔다. 전체 주민 가운데 42%인 135명이 20∼40대다.
충북 청주시에서 전자제품 부품회사에 다니던 최용대(30) 씨는 2003년 고향인 미라리로 돌아왔다.
3교대 근무가 힘든 데다 나이 든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섬마을로 귀향한 것. 어장 일이 힘들어 손바닥에 굳은살 투성이이지만 최 씨는 전복 양식으로 연간 1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다.
김동석(38) 이장은 “청장년이 늘어나면서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마을에 생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라리는 보잘것없는 어촌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번성했던 김, 파래 양식이 쇠퇴했다.
이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은 것은 전복 양식이었다. 1996년부터 몇몇 주민이 전복 양식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자 고향을 떠났던 사람이 하나 둘 돌아왔다. 외환위기 등으로 직장을 잃은 도시민이 귀향해 양식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주민들은 500여 t의 전복을 수확해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종패 값, 가두리 자재 값, 먹이 비용 등을 제외한 40∼50%가 순이익이다.
청년회장 김이호(36) 씨는 “사람이 많지 않은 마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40세가 되면 청년회를 탈퇴해야 한다”면서 “부촌으로 통하다 보니 농어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총각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마을 인근 노화북초등학교는 미라리 아이들 때문에 학교 시설을 늘려야 할 형편이다.
전남의 5개 시 지역을 제외한 17개 군에서 매년 학생 수가 늘고 있는 곳은 이 학교가 유일하다. 농어촌 인구가 급감하는 추세 속에 미라리 인구가 매년 늘자 5월 대통령 직속 농어촌특별위원회는 이 마을에 관계자들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노화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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