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소환조사]DJ정권 실세수사 본격 신호탄인가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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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단순 참고인인가, 과거 정권 실세들에 대한 소환 조사의 신호탄인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불법 도청 테이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2일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단순 참고인’이라고 말했다. 도청 테이프를 유출한 전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 씨에게서 테이프 복사본을 넘겨받아 MBC에 건네고 삼성그룹 관계자를 상대로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재미교포 박인회 씨의 혐의와 관련된 조사를 위해 소환했다는 것.

그동안 검찰이 소환하거나 소환을 통보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단순 참고인이라는 검찰의 설명은 수긍이 간다. 검찰의 1차 소환 대상이 된 사람은 박 씨가 불법 도청한 테이프를 이용해 ‘거래’를 시도한 인물들이다.

박 씨의 구속 영장에 따르면 박 씨는 1999년 9월 당시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찾아가 5억 원을 요구했고, 이 본부장과 헤어진 직후 박 전 장관을 찾아가 녹취 보고서를 넘겼다. 박 씨는 이 자리에서 안기부에서 해직된 임모 씨의 복직 청탁과 함께 자신의 친구 이모씨가 관광공사와 관련된 사업권을 딸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박 전 장관은 즉석에서 이득렬(李得洌) 당시 관광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 청탁을 전달해 줬다고 박 씨의 변호인인 강신옥(姜信玉) 변호사는 주장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30일에는 MBC 이상호(李相澔) 기자를 만나 테이프와 녹취록을 넘겼다.

검찰은 5억 원을 요구받은 이학수 본부장을 대신해 당시 삼성그룹 변호사였던 김용철(金勇澈) 변호사를 2일 소환했다. 이 기자도 1일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검찰이 박 전 장관을 소환한 이유도 일단 이런 수사 절차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의 소환이 김대중 정권 실세들에 대한 소환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전 장관은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정원장과 함께 도청 자료 유출을 묵인했거나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천 전 원장은 1999년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DJ가 정치자금법 개정(1997년 11월 14일) 전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말실수를 했다. 그가 도청 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전 장관은 또 천 전 원장에게 녹취록과 관련된 사실 확인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을 “다음에 다시 부를 수도 있다”며 재소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 안팎에서는 재미교포 박 씨의 협박 혐의에 대한 보강조사를 위해 박 전 장관을 재소환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음에 부를 때는 ‘더 큰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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