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탈선, 방송위는 ‘방임위?’…올해 들어 중징계 全無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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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 노출, 시어머니 뺨 때리기 등 방송 사고와 프로그램의 선정성 폭력성 시비가 일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방송 심의는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 심의는 방송사의 자체 심의와 방송위원회의 사후 심의로 나뉜다. 그러나 방송사 심의는 대부분 대본 심의와 방송 당일 심의에 그치고 있고 방송위 심의 역시 지난해에 비해 제재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방송위의 통과의례식 심의와 솜방망이 징계=방송위가 올해 1∼6월 심의 후 제재한 사례는 총 17건에 불과하다. 6월에는 단 1건도 없다.

이 중 중징계에 속하는 법정제재(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프로그램 중지, 프로그램 관련자 징계)는 1건이고 나머지 16건은 경징계인 ‘권고’(공식문서를 통해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 태도와 방향에 주의를 촉구하는 행정지도)였다. 법정제재도 라디오에 내려졌을 뿐 TV는 1건도 없다. 그러나 지난해 1∼6월의 심의 의결 통계를 보면 총 72건으로 올해 같은 기간의 4배가 넘는다. 주요 조치로는 법정제재 2건, 경고 36건, 주의 34건 등이었다.

심의 제재가 급감한 것은 지난해 10월 방송위가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부터. 방송위는 제재 조치 중 ‘경고’와 ‘주의’를 삭제하는 대신 법정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고쳤다. 당시 방송위는 “‘경고’ ‘주의’ 조치보다 강력한 법정제재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규정 변경은 결과적으로 심의 제재의 대폭 축소를 불렀다. 중징계를 내리지 않고 ‘권고’와 같은 가장 가벼운 징계만 내리게 된 것.

1박 2일 촬영분을 2박 3일로 속인 MBC ‘파워TV’나 우표책 매매를 허위로 연출한 KBS ‘VJ특공대’의 경우 권고를 받는 데 그쳤다. 과거 같으면 ‘경고’를 받았을 사안이다.

사유별로 봐도 지난해 1∼6월 17건이 지적됐던 간접광고의 경우 올해 같은 기간엔 4건에 불과했고 협찬고지 위반도 24건에서 1건도 지적되지 않았다. 또 방송의 선정성과 가학성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단 1건도 이와 관련된 제재가 없었다.

한 방송학자는 “법정제재는 늘지 않고 제재 자체가 줄면서 방송사에 대한 방송위의 감독 체계가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송사가 문제가 된 프로그램에 대해 미리 사과방송을 하는 등 법정제재를 수용한 것과 다름없는 조치를 취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구멍 난 방송사 심의=방송사의 심의도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KBS의 경우 자체 감사 결과, 지난해 9∼10월 사전 심의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꾸민 것이 적발됐다. 방송위가 KBS 감사 결과에 따라 실태를 조사한 결과 50개 프로그램에 385편을 심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방송위가 지난해 10∼12월 지상파 방송의 제작물 심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EBS만 전량 심의했을 뿐 KBS 83.6%, MBC 43.5%, SBS 42.5%에 그쳤다. KBS의 경우 대본 심의를 받은 356편 중 352편이 당일 심의였으며 MBC는 드라마의 80% 이상이 당일 심의를 받았다.

방송위 관계자는 “방영 당일 심의나 대본만으로 심의를 할 경우 간접광고 등의 위반 사항은 걸러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물론 심의를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PD협회는 1일 성명을 통해 “방송 사고를 빌미로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강화해 방송을 통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프로그램의 질 저하와 선정 폭력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심의마저 무력해지면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방송위원회 2004, 2005년 1∼6월 심의 현황

기간2004년 1∼6월합계
TV라디오
법정제재112
경고28836
주의211334
합계502272
기간2005년 1∼6월합계
TV라디오
시청자에 사과011
프로그램 중지000
관련자 징계000
권고14216
합계14317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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