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점잖아진다…포털뉴스 욕설-허위사실 차단등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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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댓글이 없어졌네? 희한하네? 심심해. 댓글 없으면 무슨 재미야.”

“인터넷만 보면 나오던 욕설들이 많이 사라졌네. 이젠 좀 깨끗해지려나?”

누리꾼(네티즌)들이 당황하고 있다. 눈에 익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뉴스 기사 아래의 댓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저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댓글 문화를 정화하기 위한 조용한 바람이 불고 있다. 》

▽포털 사이트 자율정화 움직임=댓글 정화에 앞장선 것은 네이버, 엠파스, 미디어 다음, 야후 코리아 등 포털 사이트. 그동안 댓글은 욕설뿐 아니라 허위 사실이나 음란물 유포, 개인 비방 등의 경로로 사용되는 바람에 포털 사이트 운영자들이 관리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눈에 띄는 것은 댓글난에 ‘트랙백(Trackback)’ 기능이 도입된 것. ‘트랙백’이란 댓글의 원격 추적 장치로, 댓글난에 글을 남길 경우 글을 올린 사람의 블로그로 연계되는 장치다.

댓글 게시자의 블로그로 들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만들어 저질 댓글을 예방하는 것이다. 미디어 다음은 이미 실행 중이고 야후 코리아와 엠파스도 이달 중 뉴스 댓글난에 ‘트랙백’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7일부터 뉴스 기사에 ‘덧글(댓글) 열기’ 기능을 도입했다. 뉴스를 검색하면 자동적으로 댓글까지 떴던 것과 달리 ‘덧글 열기’를 선택한 사람만 댓글을 볼 수 있도록 거름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발생한 MBC TV ‘음악캠프’의 성기 노출 사건의 경우 관련 기사에 아예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댓글난을 없앴다.

네이트닷컴은 4월부터 ‘댓글 추천·반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누리꾼의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목록에서 위로 올라가고 욕설 등을 써 반대를 많이 받은 댓글은 아래로 밀리게 해 주목도를 낮게 만들었다. 질 낮은 댓글이 누리꾼들에 의해 자율 정화되는 시스템을 도입한 셈이다.

미디어 다음 역시 최근의 전방감시소초 총기 난사사건 등 운영자의 댓글 관리 능력을 넘어설 만큼 댓글이 폭주하는 사안의 경우 아예 댓글을 차단했다. 미디어 다음은 이와는 별도로 3월부터 개인정보 유출, 욕설, 인신 공격성 댓글을 누리꾼들이 운영팀에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메뉴를 운영 중이다.

포털 사이트들의 이 같은 자율 정화 움직임은 정보통신부가 올해 10월까지 인터넷 실명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자구책 성격도 있다.

▽누리꾼 반응=‘댓글 정화’ 움직임에 대해 누리꾼의 의견은 양분된다. 찬성이 많지만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여론 억압’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강태환(姜太煥·32·회사원) 씨는 “정도를 넘어선 댓글로 인권 침해가 심각한 만큼 논란이 큰 기사의 댓글을 막는 조치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은승(黃隱昇·27·여·대학원생) 씨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인터넷의 최고 장점”이라면서 “댓글난을 없애 의견 표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전자 민주주의 기본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의 박정용(朴正勇) 미디어 유닛 팀장은 “전자 민주주의냐, 악성 댓글 퇴치냐는 동전의 양면처럼 발생하는 문제라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 어렵다”며 “생산적이면서도 책임 있는 사이버 공론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누리꾼 공통의 숙제”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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