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청자 더 화나게 하는 TV 간접광고 허용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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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TV의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허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TV 드라마에 특정 소품과 배경을 담아 상품과 업체를 선전하는 것이 간접광고이고, 스포츠 중계화면에 컴퓨터 처리로 덧씌우는 광고가 가상광고이다. 현행법상 불법인 간접광고는 지금도 TV 드라마 속에서 판을 친다. 문화부는 이런 간접광고를 공식화할 뿐 아니라 가상광고까지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방송사들은 수입 극대화의 이득을 볼 것이다. 정부는 방송사들에 ‘은혜를 베푼 대가’를 어떤 형태로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인 국민은 TV를 볼 때마다 광고 홍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방송 내용은 광고에 더 종속될 우려가 높다. 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적극 동조해 온 시민단체들조차 이런 광고의 허용을 극구 반대해 온 것은 해악(害惡)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광고와 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않도록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방송법을 피해가기 위해 ‘협찬 노출’이라는 희한한 새 용어까지 창안해 냈다고 한다. ‘간접광고’라고 하면 위법이 되니까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빠져나가겠다는 의도다. 국민을 우습게보고 기만하려는 편법적 발상이다.

KBS의 시어머니 뺨 때리기와 MBC의 성기 노출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거대 방송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공영(公營) 방송의 공공성을 내팽개치듯 하고 있다.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허용은 방송의 상업화에 기름을 붓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 정권은 ‘언론은 언론의 길을, 정부는 정부의 길을 가자’며 권언(權言)유착의 단절을 전매특허처럼 외쳐 왔다. 그러면서 방송사들의 수익증대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 광고를 편법으로 허용하겠다니, 방송사만은 언론으로 보지 않고 정권의 들러리쯤으로 보기 때문인가. 방송사가 ‘나팔수 역할’만 잘해 주면 시청자 주권(主權)이나 사회 공익 같은 것은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인가. 마침 지난달 28일에는 비판적인 신문들의 목을 조르는 신문법을 발효시킨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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