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1초(秒)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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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류는 1초의 시간을 덤으로 받는다. ‘금년 12월 31일 23시 59분’과 ‘내년 1월 1일 0시 0분’ 사이는 1초가 길어져 61초가 된다. 윤초(閏秒)다. 지구 표준 원자시계를 지구의 자전(自轉) 속도와 맞추는 물리적 교정으로 1972년 윤초가 시작된 후 23번째다. 하루 24시간은 지구의 자전 속도다. 그러나 최근 20∼30년 새 자전 속도가 거의 매년 1초씩 늦어지면서 시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강한 바람과 해류의 영향이라고 한다.

▷보통사람에게 1초는 하찮은 시간일지 모른다. 하지만 통신, 항해, 항공관제 등에서 1초의 오차(誤差)는 치명적이다. 가령 공해상에서 운전대 작동이 1초만 늦어지면 배의 방향이 400m나 틀어진다고 한다. 육상경기나 스피드스케이팅에선 몇백 분의 1초에 승부가 갈린다. 축구선수가 센터링해 준 볼을 머리나 발에 맞히려면 0.01초 사이에 온몸을 던져야 한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태초에 우주는 하나의 점(點)과 같은 상태였으며 어느 순간 일어난 대폭발로 현재의 우주질서가 형성됐다고 한다. 당시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은 이후 진행된 우주의 변화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역설이긴 하지만 1초도 채 안 된 대폭발 시간이 우주의 나이인 150억∼200억 년보다 훨씬 길었다는 얘기인 셈이다. 찰나(刹那)가 곧 영원(永遠)이고, 영원이 곧 찰나라는 말이 실감난다.

▷찰나는 시간의 최소 단위를 일컫는 불교 용어다. 불교 서적 ‘대비파사론(大毘婆沙論)’에 따르면 1찰나는 75분의 1초다. 그러고 보면 인류가 올해 더 받는 시간은 75찰나다. 하지만 촌음(寸陰)을 아껴 쓰는 사람에겐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것이다. 시간을 서투르게 쓰는 자만이 시간이 짧다고 불평한다. “성인은 한 자(尺)의 벽보다 한 치(寸)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시간은 얻기 어렵고 잃기 쉽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이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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