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동용승]南北 경제, 6자회담에 달렸다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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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6자회담에 참가한 각국 대표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9일째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핵 폐기(dismantle-ment)와 포기(abandonment), 한반도 비핵화와 비핵지대화, 검증과 체제보장 등 다양한 말이 흘러나오면서 회담장 밖 분위기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결과를 단정 짓기 어렵지만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 회담 참가 6개국, 특히 미국과 북한의 서로에 대한 이해(理解) 정도가 많이 깊어졌다는 점이 첫 번째다. 지난달 30일 북측 대표단은 미국 대표단을 북한 식당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회담까지의 분위기로는 불가능했던 사건이다. 미국이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북한 스스로가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길어지고 구체적인 협상용 단어들이 흘러나오는 것도 긍정적이다. 공동발표문 작성을 위해 현안에 대한 상호 이해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상호 신뢰에 조그마한 불이라도 지펴지기 시작했다면 회담은 일단 절반의 성공이다.

공동발표문에는 일단 큰 틀의 원칙적 합의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핵 폐기를 내놓고, 5개국은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내놓으며, 그 연결고리는 한국의 ‘중대 제안’이 되는 형식이다. 여기에 전력 송전은 어떻게 하고, 핵 사찰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내용을 다룰 실무회담 개최 일정이 포함된다. 이 정도면 4차 회담은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북한 모두 6자회담에서 이런 정도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북핵 문제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2004년 7월 이후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1년여 만에 재개되면서 각종 사업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 개성공단 본단지 분양과 개성공단용 전력 송전,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북측에 필요한 생필품 원료를 남측이 공급하고 그 대가로 북측의 지하자원을 개발해 가져오는 새로운 방식의 경협 사업, 본격적인 수산 협력, 그리고 200만 kW 직접 송전을 위한 준비작업 등 수많은 남북협력 사업이 6자회담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로는 북한이 가장 절실하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 경제는 크게 변하고 있다. 북한 경제를 설명할 때, 7·1 조치 이전과 이후로 나눠 설명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북한은 개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에 발생한 핵 문제로 대외환경이 더욱 경색됨에 따라 내부 변화가 가속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엉뚱한 방향으로 번져 나갈 위험성마저 커지고 있다. 개방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과 개방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싶은 것이 북한이다.

한국도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7월 말 한국의 신용평가를 지난해와 동일하게 평가한 피치사는 한국 경제의 약점으로 북한 안보위험을 첫 번째로 들었다. 1등급 상향 조정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사는 4차 6자회담 재개 등을 호재(好材)로 삼았다. 1994년 10월 제네바 핵 합의가 있었고, 같은 해 11월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인 1,145를 기록했다. 현재도 주가는 최고점을 향해 가고 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핵 문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럼에도 핵 문제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주로 북한만이 취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북한 경제 규모를 비교할 때 절대적 효과는 한국 경제에서 발생하는 것이 훨씬 큰데도 말이다.

4차 6자회담은 미리 정한 시한이 없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말한 ‘끝장 토론’이 되고 있는 듯하다. 바람직한 결론이 도출돼 한반도의 미래를 남북한이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서로를 격려해 주자. 북핵 해결이라는 명제는 한반도의 앞날을 좌우할 중요 변곡점이 될 것이므로, 평화적 해결의 끈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용승 객원논설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seridys@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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