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댄스만으로…록만으로… 기획 리메이크 음반 뜬다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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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리메이크 음반의 포문을 연 김현정. 사진 제공 힘 엔터테인먼트
기획 리메이크 음반의 포문을 연 김현정. 사진 제공 힘 엔터테인먼트
올해 상반기 대중음악계의 키워드 중 하나는 ‘리메이크’였다. 나얼, 김범수, 이수영, 박효신 등이 잇달아 ‘리메이크 음반’을 발표했다. 히트곡 재창조냐 안일한 음반 제작이냐는 논쟁의 와중에도 나얼의 리메이크 음반 ‘백 투 더 솔 플라이트’는 21만 장 이상 팔려 200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음반 2위를 차지했다.

리메이크 붐은 최근 한층 더 진화하고 있다. 댄스음악으로만 엮은 음반, 한 가수의 히트곡만 부른 음반 등 기획성 리메이크 음반이 출시돼 주목받는 것. 리메이크 제2 라운드의 시작인가?

○장르별 리메이크…댄스, 록

기획 리메이크의 포문을 연 것은 김현정의 리메이크 음반 ‘펀 다운 20’이다. 6월 23일 발매된 이 음반의 주제는 ‘댄스’.

1980년대 가수 계은숙이 일본에서 발표한 엔카 곡 ‘스즈메노 나미다’를 ‘아파요’로 리메이크한 것을 비롯, 김수희의 ‘정거장’,‘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룹 ‘립스 잉크’의 히트곡 ‘펑키 타운’ 등 발라드, 록, 트로트, 엔카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모두 댄스곡으로 리메이크 했다. 김현정은 “여러 선배들의 곡을 여름에 맞게 시원하고 신나게 댄스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 로커 마야는 록 리메이크 음반 ‘소녀시대’를 7월 2일 발표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웃사이더’, 김수철의 ‘못다핀 꽃 한송이’, ‘다섯손가락’의 ‘새벽기차’ 등 1980, 90년대 히트했던 곡들을 마야의 록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마야는 “데뷔 전부터 어렸을 적 즐겨 불렀던 선배 가수들의 노래 위주로 록 리메이크 음반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개그우먼 조혜련도 리메이크 음반 ‘아나까나’를 발표했다. 그룹 ‘둘리스’의 ‘원티드’를 ‘아나까나’로, 신디 로퍼의 ‘쉬 밥’을 ‘쉰 밥’으로 부르는 등 1970, 80년대 국내에서 인기를 모았던 팝 히트곡들을 실제 철자와는 관계없이 발음 나는 대로 부른 코믹버전이다.

○테마별 리메이크…조용필, 1980년대 인기가요

3인조 그룹 ‘엠시 더 맥스’는 ‘추억 속의 재회’,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등 조용필의 히트곡 15곡을 리메이크한 음반 ‘메모리 트래블러’를 지난달 28일 발매했다.

올 상반기 최고의 인기를 모은 3인조 그룹 ‘SG워너비’는 ‘해바라기’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 ‘햇빛촌’의 ‘유리창엔 비’, 전영록의 ‘종이학’ 등 1980년대 히트곡들만 모은 리메이크 음반 ‘SG워너비 리메이크 클래식’을 다음 달 발매할 예정이다. ‘SG워너비’는 “40대 이상 중, 장년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리메이크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집중성과 지루함 사이

기획성 리메이크 음반의 출현 이유로는 △리메이크가 대중음악계에 하나의 문화적 스타일로 자리매김해 가는 현상 △여러 장르와 가수를 ‘비벼놓은’ 기존 리메이크 음반에서 탈피해 보려는 시도 △한 가수의 특성과 장점을 부각하려는 의도 등이 꼽힌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여전히 장기화된 음반시장의 불황이라고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기획성 리메이크 역시 신곡을 내놓았다가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반영된 가수들의 소극적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기획성 리메이크 음반은 ‘단순 짜깁기’를 벗어나 한 가수의 개성과 전문성을 분명히 드러내줄 여지가 있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평가하면서도 “동전의 양면처럼 한 장르나 한 가수의 히트곡을 수록한다는 장점이 쉽게 싫증을 느끼게 하는 단점도 된다”고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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