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악재 준 증시 ‘으랏차차’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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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에 ‘수급(需給)이 좋다’는 표현을 쓰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 같습니다. 지금 증시에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어디 있나요? 새로 증시에 올라오는 주식 물량이 없잖아요.”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정말 그렇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라진 증시 모습 가운데 하나로 ‘공급이 줄었다’는 점을 꼽는다.

예전에 종합주가지수 1,000 선을 전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올해는 증자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 47조 원의 현금, 유상증자할 이유가 없다

기업들은 보통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유상증자를 한다. 주식 가격을 높게 받아 넉넉한 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수가 고점(高點)일 때 기업들이 앞 다퉈 유상증자를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지수가 1,000 선을 넘으면 대체로 주식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셈법이다. 종합주가지수는 1,000 시점에서 번번이 유상증자 물량이라는 덫에 걸려 상승 에너지를 잃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 유상증자 물량이 보이지 않는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신규 상장과 증자 등으로 새로 증시에 공급된 주식 금액은 2003년 7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5조2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은 올해에도 5월까지 새로 공급된 금액은 1조 원을 조금 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의 ‘신규 공급’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증자 물량이 급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넉넉한 현금 사정 때문이다. 3월 말 현재 거래소 상장기업들의 보유 현금은 사상 최대 규모인 47조 원으로 추정된다.

투자할 곳을 못 찾는 것이 문제이지 돈이 부족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어 올해 증시 공급은 전체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 증가라는 악재는 사실상 올해 증시에서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 코스닥은 물량 부담 여전

코스닥 등록 기업들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돈이 필요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모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코스닥 등록 기업의 유상증자 결의 건수는 235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7건에 비해 71.53%나 증가한 수치.

물론 강세장에서는 증자를 한 기업의 주가가 증자 이후 더 오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주가가 충분히 올랐을 때’ 증자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자는 일종의 주가 고점 신호 역할을 해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또 개별 기업의 증자 부담은 결국 코스닥 시장 전체의 공급 증가로 연결돼 지수 상승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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