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소각 테이프와 검찰 압수 테이프는 동일내용 추정”

  • 입력 2005년 8월 2일 03시 01분


코멘트
국가정보원은 옛 국가안전기획부 시절 비밀도청 조직을 이끌었던 공운영(孔運泳·58) 씨의 집에서 검찰이 압수한 도청 테이프 274개가 국정원이 1999년 공 씨에게서 반납받아 소각한 도청 테이프 200여 개와 같은 내용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한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 내용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공 씨가 1999년 국정원에 반납하기 전에 복사해 둔 사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공 씨가 수천 개의 도청 테이프 가운데 핵심적인 것만 따로 모아 복사본을 몇 세트 만들어 뒀다가 1999년 이 중 한 세트만 자진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 씨가 만일을 대비해 이번에 검찰에 압수된 것 외에 다른 복사본을 은밀한 장소에 따로 보관 중이거나, 이 중 일부를 정치권 등의 다른 인사에게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자체조사 결과 재미교포 박인회(58·구속) 씨가 1999년 9월 공 씨에게서 모 그룹(삼성)의 대선자금 관련 내용이 담긴 테이프와 녹취록을 받아 이를 복사한 뒤 이 그룹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또 “당시 이 그룹은 국정원에 테이프 등의 제작 및 유포 경위에 대해 문의했고 이 사실이 천용택(千容宅) 국정원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천 원장은 불법 도청 및 관련 자료 유출 관계자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이어 “현재 불법 도청 관련 조사 대상자 43명 중 35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8명도 소재가 확인되는 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원장은 조사 대상자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