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난 힐 차관보의 발언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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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10시 20분(한국 시간 오후 11시 20분)경 중국 베이징(北京)의 6자회담장 주변은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사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인정했다는 내용의 AFP통신 보도로 술렁였다.

이 통신은 힐 차관보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아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AFP통신 보도를 인용해 힐 차관보의 발언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 숀 매코맥 대변인은 다음 날인 30일 “북한은 민간 핵 능력도 보유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힐 차관보가 매우 분명히 했다”며 언론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힐 차관보가 ‘전제’로 꺼낸 말을 AFP통신이 ‘핵심 발언’으로 보도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힐 차관보는 NPT 체제하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언급한 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 행사에 대해선 “언제,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가 의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실상 현 상황에선 평화적 핵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힐 차관보는 31일 오전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양자협의 후 기자들에게 “북한은 ‘평화적 핵 사용’에 대해 이야기할 게 아니라 한국이 제안한 전력 공급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결국 힐 차관보의 발언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했던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이에 대해 “북한이 일단 NPT에 들어와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받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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