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중견교수 ‘빅4’ 몰린다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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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원 예정인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 근무할 의료진의 공채 원서 접수가 지난달 29일 마감됐다. 20명 모집에 58명이 몰렸다. 3 대 1은 의료계에서는 비교적 높은 경쟁률이다. 우편접수분이 개봉되면 이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 부산의 한 병원에서 백혈병 분야 베스트닥터로 평가받던 A 교수가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A 교수의 환자 상당수도 A 교수를 따라 서울로 옮겨야 했다.》

임상 경험이 풍부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중견교수(교수와 부교수급)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2001∼2004년 교육인적자원부에 등록된 전국 41개 의대·병원(일부 치대·한의대 교수 포함) 교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른바 ‘빅4’ 의대·병원에 중견교수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교수 ‘빅4 쏠림’ 두드러져=2001년 교육인적자원부에 등록된 전임강사급 이상 의료진은 전국 41개 의대·병원을 통틀어 7740명이었다. 이는 2004년 8539명으로 늘어 10.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중 중견교수는 4651명에서 5238명으로 늘어나 1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연세대),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삼성병원(성균관대) 등 빅4 병원의 의료진 증가율은 10.1%. 그러나 이들 병원의 중견교수는 1096명에서 1344명으로 22.6%가 증가했다. 전체 평균(12.6%)의 두 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중견교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의대·병원은 삼성병원. 전체 증가분 587명의 19.8%인 116명이 늘었다. 두 번째 중견교수가 많이 늘어난 곳은 서울아산병원으로 59명을 기록했다.

한편 조교수와 전임강사급 이하의 젊은 의료진은 같은 기간 6.1% 증가했다. 그러나 빅4의 경우 증가율은 1.4%에 불과했다.

결국 빅4의 경우 중견교수만 증가했으며 젊은 의료진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던 것.

▽이유와 전망=이런 현상에 대해 의료계의 해석은 몇 갈래로 나뉜다.

첫째, 최근 빅4가 덩치 키우기 경쟁을 벌이면서 우수 인력을 더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둘째, 삼성 아산 등 대형병원에서 설립 초기에 영입했던 젊은 인력이 중견교수로 성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대형병원의 인사 적체가 심해 젊은 의료진이 성장 기회가 많은 다른 병원으로 빠져나갔다는 시각도 있다. 빅4의 한 관계자는 “역설적으로 빅4의 의료진이 점점 노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견교수의 대형병원 집중화가 심해지면 결국 환자만 피해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빅4가 아닌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한 유명 교수가 빅4 병원으로 최근 옮겨가면서 환자들이 모두 빠져 나간 경험이 있다”며 “중견교수가 대형병원으로만 몰리면 다른 병원은 환자와 교수 모두 모자라는 ‘의료 편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한국 의료비는 16위, 의사數는 22위▼

한국의 의료 서비스 질이 의료비 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7개국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8.25%를 의료비로 지출해 1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4명으로 22위로 나타났다. 의료비용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얘기다.

의료보건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없는 미국은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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