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방송사고 욕하면서 동영상은 왜 퍼나르나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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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에서 어떻게 이런 장면을 내보낼 수 있는 겁니까.”

“‘럭스’ 동영상 여기 오면 볼 수 있어요. cyworld.com/×××.”

지난달 30일 오후 4시 15분경 MBC TV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성기 노출 사고가 일어난 직후부터 인터넷에선 ‘야누스의 얼굴’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MBC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MBC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음악캠프’ 홈페이지의 ‘시청자 의견’ 코너에는 하루 만에 1만 건이 넘는 댓글이 게시됐으며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동영상과 방송 장면을 캡처했으니 보러 오라”는 댓글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누리꾼은 성기 노출 장면 동영상과 캡처 사진을 찾아서 여기저기로 퍼 나르고, 내려받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MBC가 문제의 30일 방송 내용을 인터넷 ‘다시 보기’ 메뉴에 올리지 않았지만 방송 내용을 컴퓨터로 녹화하던 누리꾼들이 퍼뜨린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포털 사이트 대부분에 나돌았다. 한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캡처 사진은 5000명이 넘는 누리꾼이 내려받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들이 30일 밤부터 이를 삭제하기 시작했으나 누리꾼들은 미니 홈페이지, 인터넷 카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동영상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다. 여기다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 조회 수를 늘리려는 거짓 홍보 메시지를 담은 댓글도 난무하고 있다. 예를 들어 ‘ljh787’이란 ID의 누리꾼은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 주소를 댓글에 수십 차례 도배해 다른 누리꾼들에게서 항의를 받기도 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동영상을 띄우지 않았는데도 문제의 장면이 순식간에 온 세상에 퍼져 나가니 놀랍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남성의 알몸을 보고 딸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하소연하는 글 바로 밑에 ‘이곳에 해당 동영상이 있어요’라는 글이 무수히 엉키는 인터넷. 입으로는 비판하고 손으로는 동영상을 퍼뜨리는 이중적 모습이 우리 인터넷 문화의 현 수준인가.

김범석 문화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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