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33>舌(혀 설)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코멘트
舌의 아랫부분은 입(口·구)을, 윗부분은 길게 뻗어 두 갈래로 갈라진 어떤 것을 그렸다. 이는 ‘말을 하고 맛을 구분하는 기관’이라고 풀이한 ‘설문해자’의 해석을 참고하면 ‘혀’로 보인다. 하지만 혀라면 끝이 둘로 갈라진 모습이 차라리 사람의 혀보다는 뱀의 혀를 닮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말을 하는 기관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뱀의 혀라면 가능하면 사람과 관계 지어 구체적 형태를 본뜨고 이미지를 그려내던 초기 한자의 보편적 형상 특징에도 위배된다.

한자에서 舌과 音(소리 음)과 言(말씀 언)은 형태나 의미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즉 갑골문에서 舌에 가로획을 더하면 音이 되고, 音에 다시 가로획을 더하면 言이 된다. 音은 舌에다 거기서 나오는 ‘소리’를 상징화하고자 가로획을 더했고, 그래서 音은 사람이 아닌 ‘악기의 소리’를 지칭한다. 또 音에다 다시 가로획을 더해 言을 만든 것은 악기의 소리와 사람의 ‘말’을 구분하고자 분화한 것이지만, 言의 옛날 용법에는 여전히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따라서 舌은 위쪽이 대나무 줄기(干·간, 杆의 본래 글자)를, 아래는 대로 만든 악기의 혀(reed)를 그린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舌은 피리처럼 생긴 관악기의 소리를 내는 ‘혀’가 원래 뜻이며, 이후 사람의 혀로 의미가 확대되었고, 다시 音을 만들어 악기 소리와 인간의 말을 구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행 옥편의 舌부수에 귀속된 글자들은 대부분 ‘혀’의 동작이나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지(핥을 지), W(핥을 첨), X(혀 내밀 담) 등이 그렇고, 話(말할 화)는 ‘혀(舌)를 잘 놀리는 말(言)’을 뜻한다. 하지만 Y(바람 불 괄)에는 바람(風·풍)이 불다(舌)는 뜻으로, 악기를 불던 舌의 원래 의미가 희미하나마 남아 있다.

그러나 舍(집 사)는 길가다 머물도록 임시로 지은 집을 말했는데도 형체의 유사함 때문에 舌부수에 들게 되었으며, 관(館·객사 관), 포(펼 포), 舒(펼 서) 등은 모두 舍와 관련된 글자들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