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뭐 하나 했더니 기업 탓하기 바쁜 韓부총리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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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공장들이 줄줄이 법원 경매에 넘어가 상가나 아파트로 바뀌고 있다. 공장 신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렇게 제조업 공동화(空洞化)가 진행되면서 생산능력도, 성장잠재력도 떨어지고 있다. 6월의 기업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가 감소했다. 기업의 투자심리는 다시 냉각되고 있다.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는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정부가 투자를 유도할 정책은 제대로 내놓지 못하면서 기업들을 꾸짖기에 바쁘다는 점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그제 쏟아낸 말도 기업에 대한 질책이 대부분이었다.

한 부총리는 전경련이 주최한 세미나에 나와 “기업들은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로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만 꼽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기업 스스로 수익모델을 못 찾았거나 연구개발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나무랐다. 그는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귀담아듣고 꼬인 매듭을 풀어 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고위정책당국자다. 그런데 그조차 ‘네 탓’에 매달리고 있으니 자신이 말한 대로 기업들이 정책에 기대를 걸기는커녕 정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 부진과 이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는 이미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공장 경매건수는 1385건이고 건당 감정가는 12억9000만 원이다. 감정가 100억 원이 넘는 공장 경매도 10건으로 작년 한 해 동안의 경매 건수와 같다. 공장 경매건수와 건당 규모는 2003년 이후 해 마다 늘고 있다. 반면에 창업 중소공장 승인건수는 지난해

597건으로 2002년 1715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한 부총리에게 “기업 규제를 개혁하고 시장경제원칙이 뿌리 내리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과도한 요구라는 답변만 들었다. 한 부총리는 과도한 규제에 박수를 보내는 투자가들을 어느 나라에서 찾아 불러들일 수 있을지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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