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청]보안 비상걸린 검찰 “내용 절대 안밝힌다”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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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가안전기획부의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 씨 집에서 도청 자료를 무더기로 확보하면서 보안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도청 자료의 내용을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지만 다른 수사의 단서로 활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검찰이 어떻게 도청 자료를 수사하고 관리할지가 관심을 끈다.

▽보안 대책 비상=검찰이 공 씨 집에서 입수한 도청 자료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공개될 경우 엄청난 파문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불법 도청된 자료는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통신비밀보호법 16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뒤 이를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29일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검찰 수사관들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도청 자료를 정밀 분석하는 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도청 자료를 수사하는 일 못지않게 자료의 유출을 막는 데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도청 자료에 대한 접근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임검사 등 핵심 수사진만 자료를 보도록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도청 내용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수사진으로부터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 보고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도 관심이다.

수사 라인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2차장-서울지검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지만 과연 어디까지 도청 내용을 보고할지 확실치 않다. 검찰총장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다.

▽수사 전망=검찰은 앞으로 △도청 테이프 제작과 보관 경위 △도청의 배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공 씨의 범죄 사실 등 공소유지에 필요한 내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밝히느냐 하는 점이다. 검찰이 수사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사생활 침해 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통상적인 수사와 달리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는 대상자를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도청 테이프를 어느 수준까지 수사할지도 관심의 대상.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 사무처장은 “이미 공개된 X파일과 마찬가지로 추가 도청 자료에 정치인 등이 연루된 불법적인 금품수수 내용이 있다면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청 자료 이외의 다른 증거를 확보해 수사한 뒤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공개하고 관련자를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도청 자료 내용을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도청 자료가 다른 수사의 단서로 활용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통비법 4조는 ‘불법 감청에 의해 입수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수사의 근거로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도청 내용을 접한 수사 검사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내용까지 강제로 지울 수는 없으므로 이 내용이 다른 수사의 단서로 활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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