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씨 “훗날을 위해 테이프 빼내왔다”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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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서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돼 오히려 다행스럽다.”

26일 오후 자술서를 공개하고 자택에서 자해한 뒤 나흘째 병원에 입원 중인 전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 공운영 씨가 문안 온 지인들에게 한 말이다.

공 씨는 현재 거동을 할 수 있을 만큼 호전됐지만 입원 직후 직계 가족과 일부 지인을 제외하고는 병실로 들여보내지 않고 있다.

매일 공 씨를 병문안 갔던 지인 A 씨는 29일 본보 기자를 만나 공 씨의 심경을 대신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자해 직후 의식을 잃었던 공 씨는 봉합수술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가족에게 “살아 숨쉬게 된 것이 한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공 씨는 병실로 찾아 온 지인에게는 “생각보다 죽는 게 쉽지 않더라” “국정원 후배들의 명예를 실추시켜 볼 낯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심하게 자책했다. 그러나 공 씨에게 재미교포 박인회(58) 씨를 소개시켜 준 전 국정원 직원 임모(58) 씨가 “공 씨가 먼저 삼성그룹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부탁했다”고 말한 것이 보도되자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A 씨가 전했다.

A 씨는 “공 씨가 만난 적도 없는 삼성 임원을 협박한 것처럼 비친 데 대해 자주 울분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

공 씨는 “임 씨가 ‘부인이 아프고 경제적인 어려움 탓에 복직 안하면 살 길이 없다’고 수차례 부탁해 삼성 관련 테이프를 건네주고 함께 면직취소 소송을 냈는데 배신감마저 느껴진다”면서 “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는 것.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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