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주희]제주도를 하와이처럼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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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주민투표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27일에 제주도의 자치행정계층 발전방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제주도의 자치계층 구조개편 방안으로 ‘단일 광역자치안(혁신적 대안)’과 ‘현행 유지안(점진적 대안)’ 두 개를 놓고 주민이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유권자의 37%가 주민투표에 참여하여 57%의 도민이 ‘단일 광역자치안’을 채택하여 확정됐다.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각각 통합해 2개의 행정도시로 하되 도지사가 시장을 임명하고, 기초의회를 없애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미 관계법에 의하여 국제자유도시로 상당한 특례를 인정받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새롭게 부여될 자치권은 후속되는 특례법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이번 주민투표에서 혁신대안이 채택됨으로써 제주도의 미래 비전인 ‘국제자유도시’ 추진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제주도의 이다음 모습에 대하여 정부 고위층은 “제주특별자치도는 헌법적인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자치권을 제주도에 넘겨줄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하와이처럼 대한민국에 또 다른 하와이를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단방제하의 제주도를 연방제하에서의 주정부인 하와이처럼 만든다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발상이지만 그것이야말로 헌법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 도와는 다르게 제주특별자치도에만 폭넓은 특례를 인정할 경우에는 형평성 시비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으며, 여타 도와 같은 수준의 자치권만을 부여할 경우에는 이번 투표로 폐지된 시군의 공무원과 주민들의 반발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하와이나 홍콩보다는 못하지만 현재보다는 한층 강화된 자치권을 도지사가 개발 과정에서 남용하게 되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개발과 보전’의 조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치계층을 1계층으로 축소하였으므로 주민의 조세 부담은 당연히 줄어들어야 하며, 행정서비스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공정하고 알기 쉽게 제공함으로써 도민과 도내 기업이 만족과 감동을 느끼게 하여야 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성공하려면 도지사가 미래 비전을 만들어 창의적인 발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국가가 착수해야 할 일은 제주도 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수많은 중앙부처의 지방사무소(소위 특별지방행정기관)를 정비하여 제주도에 이들 기관의 권한을 재배분하는 것이다. 특히 경찰 기능이나 교육 기능도 일반 도와 다른 강화된 자치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특례를 인정해야 제주특별자치도가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지사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였을 경우에 이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면 도의회의 도지사에 대한 비판 감시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정(失政)으로 행정적 재정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야기한 도지사에 대하여는 주민소환도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이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우선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제주도에만 무슨 특혜를 주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제주도가 주어진 자치권을 원만하게 행사함으로써 다른 도들도 자치권을 강화할 수 있는 자치 발전의 전기(轉機)가 되도록 해야 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만 10년 만에 획기적인 실험이 다시 시작된 것 아닌가.

이주희 자치인력개발원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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