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책속의 이야기, 책밖의 이야기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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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이야기, 책 밖의 이야기/마르야레나 렘브케 글·지빌레 하인 그림·이지연 옮김/152쪽·8000원·국민서관(초등 3학년 이상)

동화를 쓰던 작가는 상상력이 달리자 글쓰기를 멈춘다. 그러자 동화 속 주인공인 왕과 왕비, 그리고 공주가 ‘이야기를 마저 끝내 달라’고 작가에게 요청하기 위해 동화 밖으로 튀어나온다.

책 속의 이야기, 책 밖의 이야기가 한데 뒤섞이면서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동화.

저자는 동화 속 주인공의 입을 빌려 천편일률적인 동화의 구성을 꼬집기도 하고(“왜 이야기 속에 나오는 공주는 죄다 외동딸이죠?”), 동화작가를 비웃기도 한다(“옷장 안에 예쁜 옷을 잔뜩 넣어주지 않은 건 작가가 남자여서 그래. 특히 상상력 없는 남자”). 그런가 하면 “동화를 읽는 동안, 나는 다른 세계에 갈 수 있었다”며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해 주는 동화의 의미도 넌지시 짚어 준다.

책을 읽다 보면, 기존 동화나 동화 속 인물에 대한 패러디를 수없이 만나게 된다. 공주가 마음에 드는 소년이 줍도록 일부러 눈에 잘 띄는 곳에 자신의 금빛 샌들을 떨어뜨리자 왕은 말한다. “공주야, 너는 신데렐라가 아니란다.”

‘라푼젤’ ‘개구리왕자’ ‘인어공주’ ‘장화 신은 고양이’ 등 수많은 ‘동화 비틀기’에 깔깔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 그 자체의 세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유쾌한 책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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