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집터 고르기와 집짓기…산수간에 집을 짓고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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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간에 집을 짓고 /서유구 지음·안대회 옮김 404쪽·2만 원·돌베개

한국 사회에선 의식주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1960년대까지는 먹는 것, 1980년대 이후 입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단연 사는 곳이다. 어디에 사느냐는 현재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미래를 보장하는 보험통장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집은 삶의 실존적, 미학적 이상을 반영하는 공간이었다. 이 책은 우리 선조들의 그런 주거철학을 여실히 보여 준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가 선비의 전원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집대성한 ‘임원경제지’(전 16지) 중 주거공간에 대한 3개 지(志)를 발췌 번역했다. 집터를 고르는 방법(상택지), 인테리어 및 조경 방법(이운지), 집 짓는 방법(섬용지)이다.

여기 등장하는 집은 분명 ‘오래된 꿈’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안내는 감탄할 만큼 치밀하고 구체적이다. 고풍스러운 옛 산수화가 어울려 현대적 아파트 상업광고들의 그 교묘한 세뇌공작으로 지워져가는 우리 주거공간의 원형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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