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北의 ‘비핵지대화’ 주장으로 본 ‘비핵화’와의 차이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16분


코멘트
북한이 27일 6자회담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목적은 미국의 핵위협 제거 및 남북한의 비핵지대화”라고 선언함에 따라 북측의 발언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1959년 4월 “아시아에 핵무기 없는 평화지대를 창설하자”고 주장한 이래 줄기차게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부르짖어 왔지만 6자회담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처음이다.

▽비핵화 vs 비핵지대화=1991년 12월 31일 남북이 판문점에서 합의한 뒤 1992년 2월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따르면 비핵화(denuclearization)는 한반도에서는 평화적인 목적 이외에 핵무기를 시험, 제조, 생산,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은 당시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반해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는 비핵화에 더해 남북이 관할하는 영토 영공 영해에 대한 핵무기의 출입과 통과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포괄적인 개념. 남북의 비핵화협상 당시 북측은 비핵지대화를 요구했지만 남측은 ‘핵우산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비핵화를 고수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남태평양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4곳의 비핵지대가 존재하지만 핵무기의 출입 통과까지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무엇을 노리나=북한은 27일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유훈(遺訓)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비핵화의 본질에 대한 공동인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폐기가 비핵화의 본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비핵지대화가 직접적인 목표라기보다는 회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한 전술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며 “북측도 미국이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연구원 김태우(金泰宇) 군비통제연구실장도 “북한은 비핵지대화 주장을 통해 미국이 전략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까지 제동을 거는 한편 협상에서 얻을 반대급부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놓고 북한과 회담을 벌였던 이동복(李東馥)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비핵지대화 주장은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과 태평양 함대를 포함한 미국의 잠재적 핵능력까지를 아우르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버리는 대가로 (북한에 대한) 핵위협의 근원을 없애고자 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