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론 샤프릭]콩글리시가 너무해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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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음식을 주제로 대화를 한다. 이때 영어로 딱 들어맞는 단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귤이다. 나 같은 캐나다인은 귤을 겨울에 후식으로 먹는 모로코산(産) 클레먼타인(Clementine)이라 부른다. 반면에 미국인들은 탄제린(tangerine)이나 만다린 오렌지(mandarin orange)로 부를 것이다.

많은 한국인 학생은 애호박과 늙은 호박을 구분하지 않고 펌프킨(pumpkin)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이다. 둥그런 큰 호박은 펌프킨이지만 애호박은 주키니(zucchini)다. 한국어는 낙지와 문어를 구분하고 있지만 영어는 옥토퍼스(octopus)라는 말로 통칭한다.

영어 단어 중에 잘못 사용되고 있는 예가 있는데 칩(chips)과 쿠키(cookies), 비스킷(biscuits)을 들 수 있다. 칩은 감자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긴 먹을거리지만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뜻하기도 한다. 프링글스나 스윙칩, 짱구 과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쿠키와 다르다. 쿠키는 짭짤하지 않고 달며 구워 만든다. 기름에 튀긴 것은 쿠키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쿠키가 오레오(Oreos)다. 쿠키는 비스킷과는 다른 개념이다. 비스킷은 달지 않으며 맛이 단조롭고 건조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비스킷은 건빵이 아닐까. 덧붙여 이런 종류의 음식을 파는 곳을 슈퍼나 슈퍼마켓이라 부르는 것도 콩글리시다. 영어로 슈퍼마켓은 한국의 백화점 지하 코너와 같은 큰 식품점을 일컫는다. 작은 가게들은 컨비니언스 스토어나 코너 스토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일상적으로 맥주를 마시는 곳은 호프라 부르지 않고 바(bar)나 펍(pub)이라 한다. 소주나 맥주는 글라스(glass)에 부어 마시며 컵(cup)으로 마시지 않는다. 유리로 만든 것이 글라스이며 그것이 아니면 컵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맥주를 마실 때 손잡이가 있는 큰 유리잔은 머그(mug)라고 한다. 더불어 한국에서 술을 마실 때 내가 원하지는 않지만 의무적으로 같이 시켜야 하는 안주는 사이드 디시(side dishes)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우리가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이드 디시로 나오는 계란부침을 보통 에그 프라이(egg fry)라고 말하는데 프라이드 에그(fried egg)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밥값을 각자 계산할 때 고 더치(go Dutch)라고 하지 더치 페이(Dutch pay)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술을 많이 마셨을 경우 필링 드렁크(feeling drunk)라고 말하지 필링 드렁큰(feeling drunken)이라 하지 않는다. 드렁큰은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와 같이 명사를 수식할 때만 쓴다. 너무 취했을 경우 스로업(throw-up)이나 보밋(vomit)은 할 수 있지만 오바이트는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스로업하고 나서 살이 빠질(I lost weight) 수 있다. 하지만 ‘I lost my weight’라는 표현은 콩글리시다.

하지만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정확한 외국어 표현’보다는 ‘서로 소통되고 있느냐’일 것이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용과 이해로 서로를 대하느냐’일 것이다.

론 샤프릭 성균관대 성균어학원 강사

:약력:

197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몬트리올의 콩코르디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97년 한국에 와 성균관대 성균어학원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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