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한나라, 정권 내놓을테니” 사실상 정권교체 제안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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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8일 한나라당에 국무총리 지명권과 내각의 일부를 넘기는 대연정(大聯政)을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정권교체에 버금가는 제안으로 국민적 동의나 헌법 개정 절차 없이 가능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열린우리당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대연정은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형태를 의미한다고 노 대통령은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은 실질적으로 정권교체 제안”이라며 “한나라당은 당장 나라가 결딴이라도 날듯이 걱정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얼른 국정을 인수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면서 대연정 제안의 수용을 촉구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역 구도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합의만 이뤄지면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성하고 그 연정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며 선거법은 여야가 힘을 합해 만들면 된다”면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권을 내놓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라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즉각 이를 거부했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당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청와대 측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권력 이양’에 대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국무총리 지명권과 내각 구성권을 주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연정이 성사될 경우 노 대통령은 대통령 직을 유지하되 국무총리 직은 한나라당에, 내각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동 구성하는 형태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역구도를 해소할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굳이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다. 어떤 선거제도든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 수를 크게 늘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은 나의 정치 생애를 건 목표이자 대통령이 된 이유다. 정권을 내놓고서라도 반드시 성취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라고 대연정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22일 열린 당-정-청 수뇌부 12인 회의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히고 의견을 조율했다. 노 대통령은 당초 24일 이를 제안하려 했으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사건이 터지면서 이를 미뤄왔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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