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서 물건 떨어지고…도로엔 사고잔해…공포의 고속도로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코멘트
《“이거, 고속도로 위험해서 다닐 수 있겠어요?” 27일 오전 8시경 경기 안성시 원곡면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부산기점 362km). 휴가를 맞아 아내, 두 자녀와 함께 현충사(충남 아산시)로 가던 유철호(50·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갑자기 뒷좌석에서 나는 굉음에 깜짝 놀랐다. 가까스로 갓길에 차를 대고 보니 운전석 뒤편 측면 유리창이 조각조각 금가 있었다. 화물차에서 떨어진 낙하물이나, 옆 차량 바퀴에 튕긴 사고 잔해물들이 부딪친 것. 갓길에는 쇠파이프를 비롯한 사고 잔해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유 씨는 사고 잔해물을 들고 한국도로공사(천안지사)로 가 책임지라고 했지만 도공 측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보상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1992년 고속도로에 떨어진 트럭 타이어로 인한 중앙선 침범사고와 관련해 “도공이 도로관리 주체이지만 낙하물 제거를 위해 정상적인 순찰근무를 하고 있었고 낙하물 발생 즉시 치우기 어려운 점이 인정된다”며 도공의 손을 들어줬다.

독자 유 씨의 제보를 받고 대전에서 충남 천안시로 가면서, 그리고 취재를 마친 뒤 내친 김에 안성시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본 고속도로 곳곳에는 위험물들이 널려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면 죽암휴게소 2km 전과 서청주(중부고속도로) 진입 직전 도로의 경우 플라스틱 휘발유통이 중앙분리대 부근과 갓길에 널브러져 있었다.

고속도로를 어지럽히는 주범은 트럭이었다. 중앙분리대 높이 조정공사로 일시적으로 갓길이 없어진 상행선 청원휴게소 5km 전의 경우 4차로에 트럭 바퀴에서 떨어진 재생타이어 조각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또 입장휴게소 1km 전 부근에서는 차로 내의 큼지막한 재생타이어 조각들을 피하느라 일부 차량이 급히 차로를 바꾸는 바람에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경부고속도로 안성∼추풍령 구간을 담당하는 고속도로순찰대 제2지구대 이장영(경위) 부대장은 “갓길도 유사시 도로나 마찬가지”라며 “순찰차도 갓길로 다니다 못 등에 찔려 펑크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사고 잔해물이 제때 치워지지 않거나 트럭 적재물이 추락해 사고가 날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차량이 100km 이상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조그만 장애물도 대형 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확인한 결과 하루 앞서 트럭 낙하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기모(43) 씨가 26일 오전 10시 40분경 2.5t 트럭을 몰고 충북 청원군 남이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남이분기점 부근을 가다 앞서 가던 트럭에서 떨어진 물건 때문에 앞 유리창이 깨진 것.

기 씨도 도공 측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역시 대법원 판례 때문에 물러나야 했다.

순찰대는 관할 구역에서 한 달간 접수되는 100건 안팎의 교통사고 가운데 5%가량이 트럭의 낙하물 또는 노상의 장애물을 피하려다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도공 천안지사 측은 “유지보수차 청소차 순찰차 등을 투입해 매일 관할 구간을 9번가량 돌며 낙하물 등을 치우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을 비집고 들어가 청소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순찰대 임종산(경감) 제2지구대장은 “외국의 경우 트럭의 적재함을 철재 등으로 박스화해 적재물이 도로에 떨어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다”며 “우리도 하루빨리 이런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