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90년 반 고흐 자살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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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리, 스타리 나이트. 페인트 유어 팔레트 블루 앤드 그레이(별이 무수히 반짝이는 밤. 팔레트에 청색과 회색을 칠하세요)….’

돈 매클린이 부른 노래 ‘빈센트’는 어딘가 우수와 회한 그리고 고독의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도 그랬다. 후기 인상주의의 대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그의 인생은 고독과 가난 그리고 세상과의 불화로 점철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숨진 뒤 1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그는 종교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숭배와 열광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조국인 네덜란드와 그가 한때 작품 활동을 했던 프랑스 남부도시 아를 등지에는 전 세계에서 오직 고흐의 유작과 발자취를 따라온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난한 개신교 목사의 6남매 중 장남으로 16세 때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그만두어야 했던 고흐는 뚜렷한 주관과 비사교적인 성격 때문에 가는 곳마다 주위 사람들과 부딪치고 불화를 일으키기 일쑤였다.

그가 예술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27세 때인 1880년부터 약 10년간에 불과하다. 그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886년 프랑스 파리 생활 이후부터였고 특히 1888년 2월 아를로 이주한 이후 죽을 때까지 보낸 2년 반 동안은 고흐 예술의 전성기였다.

강력한 색채를 통한 영감의 전달, 빛의 음영에 대한 매료 등이 이 시기 작품에 나타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바라기 연작,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 등이 그러한 그림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시기 그는 고갱과의 짧은 동거와 갈등, 정신발작과 왼쪽 귀 절단 그리고 정신병원 입원 등을 경험한다. 퇴원한 뒤 한때 파리 근교의 시골마을에 머물던 그는 결국 고독과 열등감 등을 이기지 못하고 권총 자살을 하고 말았다. 1890년 7월 29일 그의 나이 37세 때였다.

고흐의 삶은 우리나라의 화가 이중섭이나 시인 천상병을 연상시킨다. 생전에는 주위의 몰이해와 가난 그리고 고독 속에 살았으나 죽은 뒤 그 예술적 진가가 드러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들에 대해 후세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불우했던 천재에 대한 뒤늦은 회한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주위에 그들과 유사하게 고통 받고 있는 천재들이 없는지 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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