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北축구팀과는 친해질 수 없나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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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녀 축구대표팀이 26일 2005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31일∼8월 7일) 참가차 남녘땅을 밟았다. 특히 성인 남자 국가대표팀은 1990년 남북통일축구 이후 15년 만이다.

북한은 2002 부산아시아경기와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 때도 선수단을 파견했기 때문에 이번 방문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과 북 남자 축구대표팀이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월드컵 예선(남한 3-0 승)에서 대결한 이후 12년 만에 남한에서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를 벌이게 된 것은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북한 선수단은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삼가고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날에도 말문을 전혀 열지 않았고 방한 사흘 동안 묵묵히 훈련만 하고 있다.

경찰과 국가정보원 관계자들도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북한 대표팀을 철통같이 경호하며 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훈련이 끝나고 버스에 오르는 선수들과 잠깐 얼굴이 마주칠 기회를 이용해 “서울에 온 소감과 오랜만에 남과 북이 맞붙는데 어떠냐”라고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어색한 웃음뿐이다.

북한 대표팀을 담당하는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축구협회도 북한 선수단을 직접 접촉할 수 없다. 국정원과 통일부를 통해서 북한 선수단의 일정 등을 전해 듣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무척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에 참석하러 온 북한대표단이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기습시위대에 맞닥뜨리자 항의했던 일도 있다. 일부 북한 선수는 “기자들이 축구와는 관계없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북한 선수들이 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스포츠가 위대한 것은 국경이나 정치, 성별이나 종교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맘을 터 놓고 서로 즐겨야 할 남북 축구가 정치 상황 때문에 위축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스포츠는 남과 북의 평화무드 조성에 많은 공을 세워 왔다. 북한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도 그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해 본다.

양종구 스포츠 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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