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경호원은 사격귀신들…'동영상'과 무관

  • 입력 2005년 7월 28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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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는 '김정일을 지키는 경호원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파일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동영상은 한때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 상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동영상의 실제 등장인물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호원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인 한경일(가명·32) 씨는 이 영상은 1990년대 초반에 제작된 '위대한 영정을 모시고'이라는 제목을 단 군 홍보물 시리즈의 한 회에서 나오는 장면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훈련에 등장하는 군인들은 4.25 격술연구소 연구원들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4.25 격술연구소는 특수부대 격술동작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소로 연구원들은 모두 최고의 무술실력을 지닌 군관(장교)라고 설명했다.

무시무시한 북한군 훈련장면

실제로 화면에 비친 군인들의 훈련장면은 '저들이 과연 인간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동료가 휘두르는 각목을 맨 몸으로 막아내 부러뜨린다던가 벽돌 십여 장을 손과 머리로 격파하는 것은 기본. 쇠방망이로 동료의 등과 가슴을 사정없이 내리치고 앞이 뾰족한 쇠삽을 배를 향해 던지고 쉴 새 없이 날아오는 단도를 이리 저리 피하는 특수훈련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 씨는 4.25 격술연구소 연구원들은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제작된 '명령 027호'라는 영화가 그러하다. 6.25전쟁 때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이 후방에 침투해 한미 군사기지를 괴멸시킨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북한에서 가장 다양한 액션이 등장하는 영화로 4.25격술연구소 연구원들이 직접 영화에 보조 출연했다.

'명령 027호'는 북한 영화사상 가장 인기가 높은 영화의 하나였다. 한 씨는 "영화를 5번 이하로 본 사람이 북한에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 아이들은 아직도 이 영화의 격술동작을 따라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오랜 기간 존재해온 4.25 격술연구소는 한국 특공무술을 창시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 연구소에서 만들어낸 동작은 북한군 특수부대 훈련교범에 포함된다. 1970년대 말 북한군 특수부대의 한 하급병사가 귀순해왔을 때 한국에는 그 병사를 이길 무술실력을 가진 군인이 없었다. 이에 자극받아 훗날 청와대 경호실 사범을 지내기도 했던 장수옥 대한특공무술협회 총재는 북한의 격술에 맞설 특공무술을 창시했다.

한 씨는 군 홍보 시리즈 '위대한 영정을 모시고'에는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보다 더한 장면들이 많다고 했다.

조선노동당 소속 연락소 전투원(일본 및 한국 침투 목적)들이 온 몸을 묶은 쇠사슬을 기압으로 끊는 장면, 입으로 군용차를 끄는 장면, 각종 흉기를 자유자재로 목표물에 박히게 하는 장면 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실제 김정일 경호원들의 모습은 어떨까.

대학 시절 같은 학급에 김정일 경호부대 출신학생이 2명 있었다는 박 모(30) 씨는 "내가 알기에는 경호부대원들의 무술 실력이 동영상만큼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호부대 출신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들은 사격을 위주로 훈련했다"고 전했다. 대동강 상류에 올라가 어깨가 빠지도록 매일 총을 쏜다는 것. 박 씨는 "물론 격술훈련도 기본이지만 그들의 동작을 보면 여느 특수부대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경호의 특징과 연관된다.

김 위원장이 일하는 건물과 자택을 지키는 부대는 한개 대대 규모. 이들을 북한에서는 친위대라고 한다. 박 씨의 동창생들은 친위대 출신 병사들이었다. 보초나 야근경호 등이 주 임무다 보니 밤에는 소리만 듣고도 총을 쏴서 맞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손발을 쓸 상황정도가 되면 경호에 실패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지방 시찰할 때도 먼저 내려가 주변에 매복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직접 수행하는 경호원들은 극소수 정예로 사정이 다르다.

박 씨는 동창생들로부터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을 직접 수행하는 경호원들은 이들은 14살 때에 선발돼 40대가 넘도록 경호임무만 담당한다.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할 때 상좌(대령급) 계급을 달고 한 손은 권총집에 올려놓고 주위를 예리하게 살피는 장교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사격과 격술 등 모든 부분에서 4.25 연구소 연구원들에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이 진행하는 훈련은 얼마만큼 빨리 권총을 꺼내 목표를 맞추는가 하는 것.

수십 년을 이런 훈련만 반복하다보니 이들에게는 눈 깜박할 사이에 권총을 꺼내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목표를 맞추는 것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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