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아세안 순번제 의장국 내년기회 포기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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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국가인 미얀마가 ‘민주적 정통성 없는 나라’의 외교적 비애를 톡톡히 겪고 있다.

미얀마는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무장관회의에서 “아세안의 2006년 의장국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세안 의장국은 10개 회원국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맡아 왔는데 올해는 라오스이고, 내년은 미얀마 차례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그동안 “대표적 인권 탄압국인 미얀마가 아세안 의장국이 되면 아세안과 협력하기 어렵다”고 경고해 왔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8일부터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이례적으로 불참한다. 일종의 경고성 의사 표현이자 압력인 셈.

서방 선진국의 이런 강경 태도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같은 아세안 내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도 미얀마에 ‘의장국 포기’를 종용해 왔다. 결국 이런 외교적 압력에 미얀마가 굴복한 것.

미얀마의 국제적 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같은 일부 서방 선진국은 미얀마를 옛 이름인 ‘버마’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의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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