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에 따르면 재미교포 박모(58) 씨에게서 건네받은 안기부 내부 보고용 문건인 녹취록 요약본과 90분 분량의 도청 테이프 원본을 비교한 결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기아차 문제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발언 일부가 요약본에서 빠져 있다는 것.
이 요약본에는 한 대선 후보가 홍 사장에게 “삼성이 갖고 있는 (기아차 인수에 대한) 복안을 당당하게 밝혀 공론화하면 당 정책위에 검토시켜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대화 직전에 홍 사장이 ‘이 대표’(이회창·李會昌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나눈 대화를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장에게 전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에 MBC 등 대부분의 언론은 당초 이회창 후보가 기아차 인수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MBC는 이날 “테이프 원본과 녹취록 요약본을 비교 분석한 결과 ‘삼성의 기아차 인수와 관련해 돕겠다’고 말한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요약본에 문제의 대선 후보에게 “삼성이 (기아차를)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한 것으로 나오는 L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997년 8월 서울 강북구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DJ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X파일의 본질은 삼성과 이회창 후보 간의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또 참여연대는 X파일의 등장인물 중 이회창 후보를 삼성의 기아차 인수 개입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DJ 측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이 기아차 인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DJ는) 불법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MBC는 이날 또 “이회창 후보의 경우도 (홍 사장과 만나) ‘삼성의 기아차 인수에 힘써 보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부분이 테이프 원본에는 있는데 녹취록 요약본에서는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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