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기아차 인수 돕겠다’…MBC “DJ발언 누락”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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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 ‘X파일’의 녹취록 요약본에 1997년 당시 국민회의 대통령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돕겠다고 발언한 내용이 누락됐다고 MBC가 27일 보도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재미교포 박모(58) 씨에게서 건네받은 안기부 내부 보고용 문건인 녹취록 요약본과 90분 분량의 도청 테이프 원본을 비교한 결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기아차 문제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발언 일부가 요약본에서 빠져 있다는 것.

이 요약본에는 한 대선 후보가 홍 사장에게 “삼성이 갖고 있는 (기아차 인수에 대한) 복안을 당당하게 밝혀 공론화하면 당 정책위에 검토시켜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대화 직전에 홍 사장이 ‘이 대표’(이회창·李會昌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나눈 대화를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장에게 전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에 MBC 등 대부분의 언론은 당초 이회창 후보가 기아차 인수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MBC는 이날 “테이프 원본과 녹취록 요약본을 비교 분석한 결과 ‘삼성의 기아차 인수와 관련해 돕겠다’고 말한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요약본에 문제의 대선 후보에게 “삼성이 (기아차를)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한 것으로 나오는 L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997년 8월 서울 강북구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DJ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X파일의 본질은 삼성과 이회창 후보 간의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또 참여연대는 X파일의 등장인물 중 이회창 후보를 삼성의 기아차 인수 개입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DJ 측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이 기아차 인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DJ는) 불법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MBC는 이날 또 “이회창 후보의 경우도 (홍 사장과 만나) ‘삼성의 기아차 인수에 힘써 보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부분이 테이프 원본에는 있는데 녹취록 요약본에서는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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