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납치범은 前대법관 아들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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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여대생 납치 사건의 공범이 전직 대법관의 아들이자 지방대 시간강사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심야에 귀가하던 여대생을 납치해 가족에게 돈을 요구한 혐의(인질강도)로 27일 박모(38)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윤모(31·구속) 씨와 함께 25일 0시경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여대생 임모(20) 씨를 승합차로 납치해 14시간 동안 끌고 다니며 임 씨 부모에게 몸값 1억 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서울 유명 사립대 미대를 졸업한 뒤 1999년부터 부산 A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해 왔다. 그의 아버지는 대법관을 지냈으며, 현재 모 장학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다.

박 씨의 순탄한 삶은 사업에 손을 대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전공을 살려 친구의 회사에서 디자인 컨설팅 일을 하던 그는 지난해부터 독립해 직접 의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수출에 차질이 생겼고, 박 씨는 회사를 살려 보려 백방으로 애를 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인들에게 5000만 원가량의 빚을 지게 됐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박 씨는 8년 전 서울의 모 대학 앞에서 카페를 운영할 때 알게 된 윤 씨를 만나 범행을 공모했다. 윤 씨도 2억 원가량의 카드 빚을 진 상태였다.

납치 장소는 박 씨가 살고 있고 부유층이 많은 잠실의 한 아파트단지를 택했다.

박 씨는 25일 0시경 계획대로 임 씨를 납치했지만 두 시간 뒤 “임 씨 어머니에게 돈을 받으러 가겠다”며 임 씨와 윤 씨를 남겨놓은 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제주도로 가 한 여관에서 지내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앞서 윤 씨는 25일 오후 피해자 임 씨가 마포대교 북단에서 차 문을 열고 탈출하는 모습을 본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이 실패하자 월 120만 원의 강사료로는 버티기 힘들었다”며 “박사과정 할 때까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도 손 벌리고 싶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가 명문가 집안인데도 돈이 없어 범행했다는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추가 범행동기가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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