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예산 4兆∼5兆원 내달 편성키로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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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8년 연속 추경 편성이다.

구체적인 추경 규모는 올해 세수(稅收) 전망이 나오는 다음 달 중순경 확정될 예정이지만 4조∼5조 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추경 최대 5조 원 전망

정부는 27일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국무총리, 관계부처 장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상황 점검 및 정책협의회’에서 당초 예상보다 부족한 세수(稅收) 보충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추경을 편성키로 했다.

변양균(卞良均) 기획예산처 장관은 “추경을 통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하지만 재정이 모자라 경기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긴급한 재정수요를 반영해 하반기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현재 추세라면 세수 부족으로 올해 예산안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추경은 세수 부족분을 메워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긴급한 재정 수요’로 △이미 소진된 에너지합리화 자금 △군 병영시설 개선 △긴급 사회안전망 확충 등 3가지를 언급했으며 각 부처가 요구하는 예산 수준이 총 1조∼2조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기획예산처 당국자는 “구체적인 추경 규모는 8월에 나올 세수 부족분을 보고 결정하겠다”면서 “추경 재원은 전액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 일반회계상 세수 부족이 3조 원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긴급한 재정수요를 합친 올해 추경 규모는 4조∼5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 만성적인 추경 편성의 ‘그늘’

정부는 1998년 이후 8년 연속(올해 포함) 추경을 편성하고 있다. ‘예외’여야 할 추경이 만성화된 셈이다.

추경 편성을 위해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채무가 늘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채권금리를 올리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국가채무는 작년 말 203조1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 원을 넘어섰다. 인구 4808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 1인당 평균 422만4000 원의 빚을 진 셈이다.

자칫 경기침체→추경 편성→국가채무 증가→국민부담 가중→성장잠재력 약화의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성균관대 김준영(金峻永·경제학) 교수는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추경을 편성하면 예산규모가 커지고 국가채무만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경 편성의 이유로 거론한 세수 부족과 긴급한 재정수요는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든 것은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경기침체에 기인하거나 정부의 세수 예측이 틀렸기 때문이다. 또 나라 빚을 내서 세수 부족을 메우는 것 자체가 포괄적인 재정지출 확대이며 결국 경기부양용이라는 것.

이화여대 전주성(全周省·경제학) 교수는 “세수 부족으로 추경을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정부가 연초 경기 예측이나 세수 예측을 잘못한 뒤 추경으로 이를 해결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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