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40여 평짜리 맨션을 얻어 문을 연 이 이색적인 문자박물관은 100여 점의 법자로 채워져 있다. 그는 이곳에 ‘법문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암각화와 갑골·금문(청동기에 새겨진 글자)을 비롯해 흉배(관복의 가슴과 등에 장식한 표장)에 새겨진 법자까지 손 교수가 직접 중국을 오가며 어렵게 구한 것들이다.
손 교수는 ‘법’이라는 글자가 동양사상의 핵심을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로 통하는 길 가운데서도 경부고속도로가 대동맥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동양문화의 대동맥이 바로 법자라는 것. 법자가 모든 사상과 철학의 핵심 개념과 서로 연결돼 동양문화의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10년 전 법자 연구에 뛰어든 손 교수는 중국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암각화와 갑골 등에 나타난 법자의 기원에 천착했다. 그 결과 금문보다 400∼500년 앞선 갑골문자에서부터 법자를 찾을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법을 전공한 손 교수의 법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다.
1999년 ‘법의 날’에는 전 대검 사무국장 이종일 씨와 함께 높이 50cm, 무게 60kg의 청동 ‘해치상’을 대검찰청에 기증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박물관 개관을 통해 한중일 3국의 법자 연구의 틀이 체계적으로 잡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손 교수는 동국대 법대학장이자 한중 법학회장을 맡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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