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전주성]금융 구조조정 마무리 시급하다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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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그런데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물경기에 민감한 시장상인으로부터 성장잠재력을 생각하는 학자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외적 여건이 나쁘면 제대로 된 정책도 효과를 내기 힘들다. 역으로 해볼 만한 상황인데도 정부의 무력함이 경제주체를 좌절시킨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참여정부 전반부의 경제여건은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여력 고갈이라는 나쁜 소식과 수출호조라는 좋은 소식이 섞인 경우였다. 이 양자는 비긴다 치더라도 기업투자만 살아났으면 지금쯤 경기와 성장잠재력 모두 상승 기류를 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금이 넘치는 기업들조차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수출 증가율은 급속히 떨어지는데 소비는 여전히 미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총수요의 다른 항목인 투자나 정부지출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올해도 4∼5% 수준이라는 잠재성장률을 실현하기 힘들 것이다.

일단 대규모 적자를 수반하는 지출확대는 정부 스스로 택하지 않을 것이다. 실효성에 대한 담보 없이 돈을 풀었다가 욕만 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간투자가 남은 변수인데 지난 2년간 몸을 사린 기업들이 낙천적으로 돌변할 근거가 별로 없다. 오히려 치솟는 유가, 수출경기의 하강, 정치계절의 도래 등 악재가 더 눈에 띈다. 투자는 수익성과 비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후자의 경우 금리와 조세 모두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결국 투자처를 찾지 못하거나 아니면 장기투자를 할 만큼 경제환경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말이 된다.

산업구조의 변화나 국제 경쟁의 가열로 인한 투자 기회의 위축은 정부로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국내 투자 환경의 개선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적지 않다. 그런데 상당수 기업인은 정부를 도우미가 아니라 걸림돌로 여긴다. 과장이 섞였겠지만 그만큼 정부 신뢰도가 낮다는 얘기다. 정부의 문제의식도 취약했고 해결방식도 답답했다.

기업투자가 살아나면 일자리가 늘고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소비도 따라온다. 또한 설비의 증가는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유발해 성장잠재력을 높인다. 국내기업이 투자를 늘릴 정도로 여건 개선이 되면 외국인투자는 절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기업투자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것 없이는 지속적 성장, 나아가 넉넉한 복지가 보장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린벨트를 마구 풀고 재벌 비위를 맞추라는 것이 아니다. 고민하고 고민하면 수도권 규제 해법도 생길 것이고 각종 정부지원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 문턱은 높고 제2금융권은 위축된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은 운영자금 구하기도 어렵다. 지지부진한 금융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교육훈련이나 기술투자에 대한 예산지원을 대폭 높여 중소기업의 혁신과 장기투자를 유인해야 한다.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해외투자라는 선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경쟁국에 비해 우리가 뭐가 나은지, 못한지를 따져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나아가 과거에는 기업의 투자위험을 관치금융 등 금융통제를 통해 완화해 줬지만 앞으로는 정부의 재정수단을 이용해 완충해 주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

기업은 손을 놓고 있는데 정부 한 쪽에서는 그저 손에 익은 금리나 세금으로 뭘 해보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금융허브니 균형발전이니 큰 그림만 그리고 있으니 답답한 것이다. 전쟁이란 몇몇 결정적 전투에서 승부가 가려진다.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도 결국 생산적 투자 부진의 이면에 불과하다. 정부의 자원도 정권의 임기도 한계가 있다. 길목을 장악하지 못하고 온 숲을 휘젓는 식의 전략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마지막에 웃는 정권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전열을 정비해 초점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이 열을 고민하면 정부는 백을 생각해야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정책능력을 결집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구차한 변명보다 솔직한 시인으로 임기 전반을 접고 참신하고 믿음이 가는 청사진으로 후반전을 시작한다면 정부와 국민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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