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창 국민-조흥은행 직원 2명, CD가로챈후 中으로 도주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코멘트
고등학교 동창 사이인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의 직원 2명이 양도성예금증서(CD) 850억 원어치를 가로채 해외로 도주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서울 오목교지점 신모(41) 과장은 지난달 한 토지신탁회사가 650억 원짜리 CD를 발행해 달라고 의뢰하자 미리 준비한 가짜 CD를 내준 뒤 진짜 CD를 사채시장에 내다팔았다.

조흥은행 서울 면목남지점 김모(41) 차장도 같은 수법으로 200억 원어치의 CD를 가로채 시중에서 할인해 현금을 챙겼다.

조흥은행의 CD 가운데 140억 원어치는 25일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검식 결과 위조품으로 밝혀졌다.

국민은행 CD는 아직까지 지급 요청이 접수되지 않아 시중에서 위조본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 신 과장과 김 차장은 서울지역 고교 동창이며 이미 중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CD 위조가 은행 직원들의 자체 소행으로 드러나면 은행들이 CD에 표기된 금액 전체를 물어줘야 하므로 모든 피해를 은행이 부담하게 된다.

반면 CD 발행을 의뢰한 토지신탁회사에 공모자가 있으면 손해 배상을 둘러싼 소송을 통해 책임 소재가 가려질 전망이다.

금감원 백재흠(白在欽) 은행검사1국장은 “두 은행의 내부 통제 체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 엄중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말 현재 CD 발행 잔액은 총 49조 원이며 이 가운데 38조 원어치만 증권예탁원에 원본이 보관돼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