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가 자백한 ‘血稅 낭비’ 균형발전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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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어제 자체 평가보고서를 통해 균형발전사업이 중복 추진되는 사례가 많고 사업 간 연계도 미흡하다고 밝혔다. 건물이나 짓고 전시용에 그치는 사업이 많은 데다 사후(事後) 성과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균형발전사업이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 있음을 자백한 셈이다. 이것이 2008년까지 59조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균형발전사업의 실상(實相)이다.

대통령위원회와 정부 부처들이 중구난방(衆口難防)식으로 내놓은 국가균형발전전략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클러스터, 혁신도시, 기업도시, 수도권 질적 발전, 낙후지역개발 등 10여 개에 이른다. 혁신클러스터의 관련 지원사업은 경영일반, 창업 입지, 인력, 마케팅 등 75개 항목이다. 지역기술 혁신거점사업은 산업자원부의 지역협력연구센터, 정보통신부의 지역소프트웨어 지원센터, 환경부의 지역 환경기술개발센터 등 비슷한 사업이 중복 추진되고 있다.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관광레저형 개발사업조차 중복 투자와 사업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시화 서산 새만금 변산 해남 영암에 대규모 레저단지를 건설하는 서남해안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새만금에 정규 골프장 30개 규모인 450홀을 비롯해 거의 모든 단지에 골프장 건설계획이 들어 있다. 지역 개발을 내세워 수천 개의 골프장을 짓도록 했다가 공급과잉으로 파산위기를 맞았던 일본 정부의 실패를 알아야 한다.

지역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기업과 지자체의 역할도 부진하다. 정부는 지자체가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불만이지만 그 근본 원인은 중앙부처가 예산편성과 사업선정을 주도하면서 지자체를 뒷전으로 밀어낸 데 있다. 기업도시는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이 외면하면서 ‘기업 없는 기업도시’가 되고 있다. 정부가 균형발전논리를 내세워 각종 인센티브를 크게 줄인 결과다.

재정파탄과 국토 난개발을 막으려면 국가균형발전사업의 전면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업의 타당성 분석을 새로 해 우선순위를 가린 뒤 경제 여력에 맞게 순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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