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875년 분석심리학 창시자 융 출생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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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Self), 자아(ego), 원형(archetype),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 아니마(anima·여성성), 아니무스(animus·남성성) 등 지금은 익숙해진 심리학 용어들을 만들어 낸 사람이 카를 구스타프 융이다.

융은 1875년 7월 26일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나 1961년 세상을 떠났다.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융 자신도 정신질환을 앓았다. 부모의 불화와 어머니의 투병은 삶을 근본적으로 회의하게 만들었다. 그는 열 살 되던 무렵부터 자신의 내면에 또 다른 내가 있지 않은가 하는 분열을 심각하게 경험한다. 이른바 정체성의 혼돈이다. 과연 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What am I)를 탐구하던 그는 이것을 나중에 ‘무의식’ 혹은 ‘제2인격’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때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수제자였으나 이내 스승과 결별하고, 독자적 이론 체계를 수립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생물학적, 과학적인 데 비해 융은 종교적 철학적 색채가 짙다는 평이다.

프로이트와 융의 결별을 가져온 것은 리비도에 대한 이해의 차이였다. 융이 보기에 리비도는 프로이트의 말처럼 오로지 성적(性的)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마음의 에너지였다. 리비도가 외부 세계로 향할 때 외향형 성격이 빚어지고 그것이 내면의 삶으로 향할 때 내향형 성격이 빚어진다는 것이 융의 생각이었다.

그의 업적은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마음의 뿌리를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하고 모든 인간의 자기통찰을 돕는 데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그는 삶을 ‘자아가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마치 ‘바다 위에서 출렁거리는 파도와 같은 자아가 수천 해리 깊이를 가진 마음의 중심인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처럼 말이다. 하지만 중심으로 가는 과정은 평탄한 길이 아니다. 융은 “상징과 신화의 언어를 상실한 현대인일수록 그 여정은 더 힘겹다”면서 “상실을 가로질러 어둠의 세계인 자기 세계를 빛의 세계인 자아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과정이 깨달음의 과정, 즉 ‘자기실현’의 과정이다”고 했다. 일생 동안 환자 수만 명을 치료한 그는 이론가이기 이전에 ‘영혼을 가진 의사’로서의 사명을 수행하려 했다. “병든 의사만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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