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트로이카 20년]고르바초프 ‘글로벌 뷰포인트’ 인터뷰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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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美-蘇 핵탄두미사일 감축 서명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1987년 12월 백악관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중거리핵탄두미사일 감축 협정에 서명하는 장면. 고르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냉전체제 해체로 이어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87년 美-蘇 핵탄두미사일 감축 서명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1987년 12월 백악관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중거리핵탄두미사일 감축 협정에 서명하는 장면. 고르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냉전체제 해체로 이어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은 옛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이 세상에 나온 지 20년. 동아일보는 21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연재된 ‘페레스트로이카 20년, 요동치는 유라시아’ 시리즈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옛 소련 지역에 일어난 변화상을 집중 조명했다. 동아일보는 시리즈에 이어 페레스트로이카의 설계사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주간 글로벌 뷰포인트 특별 인터뷰(TMSI·트리뷴미디어서비스 제공)를 소개한다. 고르비는 21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페레스트로이카의 의미와 한계를 되돌아본 뒤 “어떤 개혁이든 속도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페레스트로이카와 신사고(新思考) 외교정책이 20년 전 여름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금 시점에서 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두 정책은 세계사적 도전에 대한 응전의 시도였으며 국제질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냉전을 종식시키고 세계화의 길을 열었다. 비록 페레스트로이카가 보수파 쿠데타와 소련 붕괴로 막을 내렸지만 지금 러시아의 젊은이들이 자유를 누리게 된 것, 이것이 가장 큰 성취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 같은데….

“페레스트로이카 후 러시아 국내적으로 후퇴가 있었다. 보리스 옐친 정권의 급진개혁 정책 같은 것이 그러했다. 그것은 시장경제로의 야만적인 전환을 꾀한, 혁명적 재앙이었다. 반면 페레스트로이카는 개혁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방은 어땠나.

“소련은 서방의 라이벌인 한편 파트너인데 서방은 적절한 존중을 해 주지 않았다. 20년 전 서방은 내게 찬사를 보냈지만 (페레스트로이카가 가져올) 세계 전체의 이익이 각국의 국익에 파묻혀 버렸다. ‘강대국 콤플렉스’에 빠진 미국은 ‘세계는 하나의 중심에 의해 다스려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에는 낡은 사고를 끝낼 또 다른 페레스트로이카가 필요하다.”

―페레스트로이카가 가져온 사상의 자유의 가장 큰 수혜자인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현재 자유주의가 러시아의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솔제니친은 ‘글라스노스트(개방)가 모든 것을 파괴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글라스노스트가 없었다면 그는 아직도 유배 중일 것이다. 나는 솔제니친이 ‘수용소 군도’를 써서 아무도 말할 수 없었던 사실을 외부 세계에 알렸던 점을 높이 평가한다. 빈부 격차나 부패에 대한 그의 비판도 옳은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민주주의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오직 민주주의만이 솔제니친의 우려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서방에서는 솔제니친이 원하는 강력한 중앙 집중적 권력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다시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대두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덩치가 커서 중앙집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나라다. 중앙집권과 분권의 균형을 찾아야 안정이 온다. 옐친 시절은 통제되지 않은 권력 분산으로 지역봉건주의를 만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 그 부분을 고치고 있다.”

―당신의 동료였던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 전 정치국원은 푸틴 대통령이 소련 시절의 특권 계층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은 관료제를 확립하려는 것이지 소련식 권력을 부활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달리 러시아가 경제개혁에 앞서 민주화를 허용했기 때문에 혼란이 일어났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이 민주주의 없이 발전했다는 견해나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합리화는 웃기는 주장이다. 중국의 발전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방정책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억 명의 인민이 절대 빈곤 속에서 살고 있다.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 중산층도 러시아인들처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원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내 책의 출판을 허용했다. 뭔가 변화가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민주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와야 한다.”

―역사적 변혁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최근 프랑스인들이 유럽헌법에 반대했다. 그러나 통합유럽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급속한 유럽의 확장을 우려했을 뿐이다. 어떤 개혁이든 속도가 관건이다. 우리의 경우 변화 속도에 소련 사회가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정리=김기현 모스크바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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