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2P업체 ‘그록스터’ 유죄판결 업계 파장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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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술과 법센터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그록스터 판결의 의미와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서울대 기술과 법센터
서울대 기술과 법센터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그록스터 판결의 의미와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서울대 기술과 법센터
“저작권의 잣대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들이대면 기술 발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아니다. 일반 이용자에게 책임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터넷 업체는 합법적인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선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그록스터 판결’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그록스터 판결’이란 미국 할리우드 영화 업계가 개인 간 파일공유(P2P) 업체인 그록스터를 저작권 침해로 고발한 사건. 지난달 말 미국 연방대법원은 1심과 2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영화계의 손을 들어 줬다. 그록스터의 책임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서울대 ‘기술과 법센터’가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는 인터넷 음악업체 벅스, 인터넷 포털사이트, P2P 업체 소리바다를 고발한 변호사, 소리바다 사건의 검사 등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 미국 판결이 한국을 뒤흔들다

국내 법조계 일부와 인터넷 업계는 그록스터 판결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의 말을 빌리면 ‘삼성전자의 VCR를 구입한 소비자가 영화사의 허락 없이 영화를 녹화해 친구들에게 나눠줬는데 엉뚱하게 삼성전자가 소송에 걸려 패소한 꼴’이라는 것이다.

그록스터 사건의 1심과 2심은 베타맥스 판례 덕분에 그록스터에 유리하게 진행됐다. 베타맥스 사건은 1980년대 초반 일본 소니가 베타맥스 VCR를 개발했을 때 방송국과 영화사가 소니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던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소니의 손을 들어 줬다. 녹화 기술 때문에 저작권이 침해될 수도 있지만 다른 좋은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미 연방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인터넷 업체가 누리꾼에게 음악과 영화를 불법으로 유통시키도록 조장했다면 유죄라고 판결한 것이다.

그록스터 판결 이후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도 자신감에 넘친다. 소리바다에 음원(音源) 침해를 중지하라고 통보했고 온라인 음악가게를 운영하는 SK텔레콤도 타깃으로 삼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과연 누구에게 이익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대구지법 박준석(朴俊錫) 판사는 그록스터 판결을 무작정 인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판사는 “한국 판례가 미국 판례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보니 한국 실정과 어긋나는 논리까지 무리하게 끌어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록스터 판결은 미국이 정보기술(IT)보다 문화산업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은 반대로 문화산업보다 IT산업에 경쟁력이 있는데 그록스터 판결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IT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희(李大熙) 인하대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도 “그록스터 판결 이후 국내에서 저작권자의 태도가 공격적이 되고 있다”며 “소송이 늘어나면 기술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소리바다를 처음으로 검찰에 고발했던 이종필(李宗弼) 변호사는 “P2P 서비스 업체가 존재하는 건 이용자 덕분인데 이들 업체는 법적인 책임을 전부 이용자에게 떠넘겨 왔다”며 “IT 업계 전반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록스터 사건과 소리바다 사건 일지
시기그록스터시기소리바다
2001년 10월미국 음반·영화협회 그록스터 제소2001년 1월한국음반산업협회 소리바다 형사고발
2003년 4월미국 로스앤젤레스법원 그록스터 저작권 침해 불인정2003년 5월서울중앙지법 소리바다 저작권법 위반 방조 공소기각
2004년 8월미국 연방항소9법원 1심 판결 유지2005년 1월서울중앙지법 소리바다 저작권 침해 책임 무죄 선고
2005년 6월미국 연방대법원 그록스터 저작권 침해 인정2005년 7월상고심 대법원 계류 중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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