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경찰 오인사살…과잉진압 논란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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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런던 스톡웰 지하철역에서 추격전 끝에 영국 경찰에 사살된 인물이 테러와는 무관한 브라질 국적자로 밝혀지면서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영국 경찰은 23일 “사살된 인물은 테러와 관련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망자는 런던 남부 브릭스턴에 사는 전기공 제안 샤를레드 데 메네제스(27·사진)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메네제스 씨의 할머니는 “(경찰이) 그 아이를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할 어떤 이유도 없었다”고 항의했고, 사촌은 “그의 죽음은 영국 경찰의 무능력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언 블레어 런던경찰청장이 23일 “모든 책임은 런던 경찰에 있다”며 공식 사과했지만 유가족들은 “사과로는 불충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영국 내 인권 단체들도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브라질 정부는 “충격적이고 황당하다”며 영국에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가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사태가 확산되자 블레어 청장은 24일 스카이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비극”이라며 “유가족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블레어 청장은 ‘테러 용의자가 폭탄을 소지한 것으로 판단되면 몸이 아닌 머리를 쏘라’는 ‘사살지침’ 같은 강경한 대(對)테러 대응책은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영국 내 반이슬람 정서가 고조되면서 23일 런던 중심부의 이슬람 사원 근처에서는 우익 세력이 ‘영국을 사랑하라. 그렇지 않으면 떠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슬람권 출신자들에게 런던 시내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까지 내려졌다.

한편 영국 경찰은 21일 발생한 2차 테러의 두 번째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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