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빈민가에 ‘코리아의 情’ 심다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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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성복찹에서 한국인 대학생 이선아 씨가 아이들의 얼굴에 그림을 그려 주고 있다. 성복찹은 프놈펜의 최대 빈민가 중 하나. 이곳에 사는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에이즈 감염자로 추정된다. 프놈펜=동정민 기자
1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성복찹에서 한국인 대학생 이선아 씨가 아이들의 얼굴에 그림을 그려 주고 있다. 성복찹은 프놈펜의 최대 빈민가 중 하나. 이곳에 사는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에이즈 감염자로 추정된다. 프놈펜=동정민 기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동쪽인 ‘성복찹’. 각국 대사관과 호텔이 모여 있어 늘 화려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

‘참새 둥우리’란 뜻의 성복찹은 어두운 얼굴을 동시에 가진 곳이다. 캄보디아 최대 에이즈 환자 수용소, 최대 마약 거래지, 범죄자의 도피처…. 10대 소녀가 미화 5달러에 몸을 팔고 장례비가 없어 집에 시체를 보관하는 최대 빈민가다.

3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11세 소녀 예인 양은 학교에 가 본 적이 없다. 예인 양의 아버지는 “예인이 학교 가면 누가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느냐”고 말했다.

예인 양은 매일 오후 10시까지 자신의 몸집의 5배 크기인 리어카를 끌고 마을 옆 놀이동산에 수수깡을 팔러 다닌다.

하루에 버는 돈은 2000리엘. 원화로 500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 오는 쌀과 고기가 다음날 가족이 먹을 식량이다.

선교사조차 위험하고 불결하다며 찾지 않는 성복찹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 ‘자유총연맹’의 글로벌 봉사단인 대학생 13명이 의료봉사와 한국어를 알리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성복찹을 활동 지역으로 선택하자 현지 사정을 아는 이들이 만류했다. 활동을 시작한 지 사흘째인 15일, 봉사단은 너 나 없이 양손에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정도로 친해졌다.

“솔직히 아이들을 보기 전에는 에이즈가 떠올라 꺼림칙했는데 손을 합장하고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에 두려움이 싹 사라졌어요.”(이선아·21·여·인천가톨릭대 3년)

“수업 도중 한 아이가 배가 고프다며 울기도 하고, 몸에 각종 상처를 안고 있는 학생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손수연·21·여·성신여대 4년)

봉사단은 아이들의 얼굴과 손에 그림을 그려 주는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으로 동물 모양 만들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봉사단은 함께 간 상지대 한의학과 이준무 교수 등 의사들의 진료를 옆에서 도왔다.

김신애(21·여·천안대 3년) 씨는 “주민들은 값이 싼 파스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 머리가 아플 때도 파스를 붙인다”며 “6일치 약을 나눠 주면 하루에 다 먹고 다음 날 다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봉사단을 이끈 자유총연맹 교육담당 윤미옥(28·여) 씨는 “이번 봉사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처지에 감사할 줄 알고, 남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놈펜=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9월 개교 한국과 합작 NPIC大김성철 총장▼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캄보디아 젊은이의 요람이 되겠습니다.”

캄보디아에 최근 한국어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일본 홍콩처럼 ‘한류’ 때문이 아니라 ‘산업 연수생’으로 한국에 가려는 캄보디아인이 많아졌기 때문.

9월에 개교하는 캄보디아국립기술대(NPIC)는 캄보디아인이 ‘코리안 드림’을 이루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NPIC는 한국 정부가 제공한 차관 2700만 달러를 바탕으로 캄보디아 정부와 전주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립대.

김성철(金成徹·사진) 총장은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NPIC에서 최고로 질 높은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국가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 및 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계, 정보통신, 전기전자 분야의 학과가 설치된다.

학교 측은 주변 땅에 세금 면제 지역을 만들어 한국 기업을 유치한 뒤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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