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26일 개막]美 “마지막 회담 안될것” 장기전 시사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코멘트
南北 수석대표 사전 접촉제4차 6자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남측 송민순 수석대표(오른쪽)와 북측 김계관 수석대표가 24일 오전에 만나 1시간 40분 정도 회담을 가졌다. 베이징=연합
南北 수석대표 사전 접촉
제4차 6자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남측 송민순 수석대표(오른쪽)와 북측 김계관 수석대표가 24일 오전에 만나 1시간 40분 정도 회담을 가졌다. 베이징=연합
13개월 만에 재개되는 회담인 때문인지 제4차 6자회담 개막(26일)을 앞둔 중국 베이징(北京)의 움직임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활발했다. 남북한 수석대표들은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 양자 접촉을 시작했고 25일엔 각국 대표 간 연쇄 접촉이 예상된다.

▽활발한 양자 접촉=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4일 베이징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1시간 40분 동안 이뤄진 남북한 수석대표 접촉을 이례적으로 즉각 보도하고 우리 대표단도 이를 확인하는 등 과거 세 차례 회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 줬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과거 회담에서는 양자 접촉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으나 한국과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접촉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자리는 아니었고 서로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회담 개막 하루 전인 25일에는 한국 대표단 숙소인 중국대반점에서 한미 접촉도 예정돼있다.

특히 이날 저녁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 주재 댜오위타이(釣魚臺) 만찬장에서는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사이에 자연스러운 대화의 장이 마련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막판 신경전=미국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22일 ‘미국의 6자회담 전략’이란 정책 제안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북 강경 자세 고수’를 강하게 주문했다.

이 보고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CVID) 원칙을 고수할 것 △대북 안전 보장과 경제 혜택은 북핵 폐기 진전에 맞춰 제한적으로 제공할 것 △앞으로는 북핵뿐 아니라 재래식무기 미사일 인권 같은 현안도 다뤄 나갈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4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북-미 직접 대화 거부는 조선반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씨의 평양발 칼럼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국 정부는 ‘한미일 3국이 대북 안전보장 방안을 공동 제안할 것’이라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23일자 보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신문이 ‘미국 일본과 한국을 떼어놓으려는 북한의 전략을 봉쇄하기 위해…’ 운운한 대목을 거론하며 “납북자 문제가 의도대로 풀려가지 않자 ‘재 뿌리기’식 보도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마지막 회담?=24일 베이징에 도착한 힐 차관보가 “마지막 회담이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밝힌 것은 어떻게든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와 함께 북핵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사안이 아님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measurable) 진전을 이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2일 “이번 핵 공방은 역사적인 북-미 대결전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결판장”이라며 “이번에는 과거처럼 5, 6차로 연장전이 벌어지지 않을 공산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北-美양자회담 신경전▼

26일 개막하는 제4차 6자회담에서는 1, 2, 3차 회담 때보다 활발한 양자회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양자회담의 ‘양(量)’이 ‘질(質)’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미국과의 별도 만남을 비공식 대화가 아닌 공식 회담으로 격상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6자회담은 북-미 양자회담의 결과를 추인만 하는 형식적인 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별도 만남에서도 핵 문제를 다루겠지만 중요한 제안이나 합의는 반드시 6자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4차 회담에서 이란과 유럽연합(EU)의 핵 협상처럼 분야별 실무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내에서) 양자회담뿐만 아니라 실무급회담, 수석대표 간 소규모 회의 같은 다양한 형태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베이징=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